이순자 교수 "개도국서 남편 같은 경제관료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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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미얀마 독립의 상징인물인 아웅산 장군의 묘소에서 온 국민을 비통 속에 빠트린 사태가 터졌다.
북한이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을 노리고 설치한 폭탄이 터졌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젊은 경제관료가 많은 각료와 함께 희생됐다.
27년 전 아웅산 폭탄테러로 남편인 고(故) 김재익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떠나보내고 혼자서 두 아들을 키우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이순자(72)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1일 남편과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찾았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을 만난 이 교수는 평생 모은 돈 20억원을 서울대에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남편과 같은 경제관료를 배출하는 것이 남편이 못다한 일을 이어가는 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
- ▲ 1983년10월13일 남편 김재익씨 영결식장에서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있는 이순자 여사.(자료사진)
1960년대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이 교수는 하와이대학 동서문화센터와 스탠퍼드대학의 포드재단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 전한 글에서 "과거 우리가 선진국 원조와 장학금의 수혜자로 배운 학문과 기술로 나라를 일으킨 것처럼 이제는 우리보다 불우한 나라에 힘을 보태는 것이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는 일일 것"이라고 적었다.
서울대는 2일 이 교수의 뜻을 존중해 기부금으로 `김재익 펠로십 펀드'를 조성해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젊은 학생과 관료가 서울대에 와서 경제정책을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남편의 신념을 담아 발족하는 이 장학금이 반세기 전 그가 젊은 시절 받았던 값진 혜택과 같이 개발도상에서 노력하는 젊은이의 배우고자 하는 목마름을 채워준다면 그의 착한 영혼이 크게 기뻐할 것"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서울대는 곧 이 교수와 공식 약정식을 체결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