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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기습도발 후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응하고 있다. 28일부터는 서해에서 美조지워싱턴 항모강습단과 함께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군과 언론은 북한의 향후 추가도발이 연평도 또는 서해 5도 지역에서 있을지 우려하며 북한 해안포 진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김정일과 김정은이라면 세계가 지켜보는 지역에서 추가도발을 하겠는가.
북한 정권 최종목표는 ‘남한에 기생’
지난 3월 말 천안함 사태,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기습도발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면을 보면 북한 수뇌부는 연쇄살인을 저지르고도 타인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와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현재 북한 고위층들은 남한의 고통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벼랑 끝 전술’ 등의 외교행태 또한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 서방세계에는 대단하게 보였을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런 점으로 보면 북한은 연평도 기습도발 후 계속 긴장을 조성해 시간을 끌어 단기적으로는 ▲정부 대응에 대한 남한 사회의 분열과 갈등, 불신 조장 ▲군을 포함한 남한 안보기관의 ‘체력 소진’ ▲중국과 남한의 ‘온건파’를 내세워 대북 강경책 무마 ▲남한과 미국의 무력감 및 동맹 균열 조성 등을 노린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이 같은 목표 중 절반만 달성해도 남한은 앞으로 북한의 도발이 있어도 ‘좌시하지 않겠다, 몇 배의 응징을 하겠다’는 말만 할뿐 북한을 직접 타격한다든지 하는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특히 남한의 대기업이 얼마나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인지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통해 충분히 파악한 북한 정권은 대남도발 이후 남한의 기업들을 자극해 ‘전쟁만은 안 된다’는 주장을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남한 정치권과 사회가 이 말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걸 북한은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연평도 기습도발의 중장기 목표는 뭘까. 지난 종북(從北) 정권들의 행태까지 살펴볼 때 북한은 남한을 ‘냄비 속 개구리’처럼 만들려 할 것이다. 즉 간헐적으로 대남도발을 하고, 그 때마다 도발의 강도를 높이되 민간인 희생자 수는 최소화해 남한 국민들이 북한의 도발에 점점 무신경해지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언젠가 들어설 ‘종북적’ 남한 정권과 1국가 2체제를 비공식적으로 협의하되 이를 남한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꾸준히 남한의 ‘단물’만 빼먹으면서 기생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속내를 가진 북한 정권이 美항모강습단이 서해에 왔다고 해서 추가도발 자체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
추가 도발은 계속된다. 언제 어디서?
그렇다면 북한 정권은 어디서 도발을 하려 할까. 사이버전이나 테러, 요인암살 등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일단 연평도 기습도발과 같은 '무력도발'만을 고려해보자.
우선 북한 정권은 남한 언론의 열혈 시청자, 독자라는 점을 기억하자. 두 번째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다는 점도 상기하자. 여기다 우리 군과 안보기관은 지난 G20 서울 정상회의 수개 월 전부터 시작된 비상대기태세 때문에 일선 장병들이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음도 기억하자.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할 때 북한 정권은 우리 사회의 긴장이 느슨해지고, 군과 안보기관의 피로도가 극심해졌을 때를 노릴 것이다. 따라서 다음 번 추가도발은 연말 또는 음력 설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게는 연말연시라는 게 남한처럼 의미가 있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참고로 오는 12월 24일은 ‘혁명의 어머니’로 불리는 김정숙(김정일의 母) 생일이면서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취임일이기도 하다. 또한 12월 27일은 북한의 헌법절이다. 2011년 1월 8일은 김정은의 생일이고, 2월 16일은 김정일의 생일이다. 한편 음력설은 2월 3일로 2일부터 6일까지 연휴다. 연휴 직전 중부지방에 눈이 내리면 대부분의 도로는 귀성차량으로 극심한 정체를 빚는다. 북한 정권에게는 이것이 ‘좋은 도발 기회’로 비춰질 수 있다.
추가 도발 목표 또한 이미 공격했던 연평도가 아니라 강화 또는 김포가 될 수 있다. 북한 해안포-방사포 진지와 불과 50km 거리인 이 지역에는 해병대와 육군이 주둔 중이나 상대적으로 ‘후방’이라는 인식이 많아, 경계태세 또한 서해 5도에 비해서는 약하다. 여기다 이 정도 거리면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포병 레이더로는 탐지가 어려운 반면 북한의 240mm 방사포와 175mm 곡산포의 사정거리 내에 들어간다.
대청도와 소청도 또한 위험하다. 둘 다 1개 중대 규모의 해병대가 주둔 중이며 장비 또한 빈약하다. 북한군은 이곳을 아예 점령하려 들지도 모른다.
‘성동격서’식으로 중동부 전선의 전방을 노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이 모두 서해상에서 일어나다보니 우리 군과 사회의 모든 이목이 서해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해 인근이나 중부 전선 지역은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보일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물론 북한의 도발을 완벽히 예상하고 대응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군과 정부의 능력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대응은 가능하다. 다만 시기가 중요하다. 연평도 기습도발로 전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정치권까지도 군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때야말로 부족한 전력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이스라엘제 정밀타격 미사일인 ‘스파이크 NLOS’와 MLRS 등 해안포 정밀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취약지역인 연평도, 소청도와 대청도 등에 배치하고, 서해 5도에서부터 동해안까지 최전방의 취약지점을 파악하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전규칙 또한 다른 지역에서 공격받은 지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군이 1~2개월 내 최전방의 ‘빈 틈’을 막지 않는다면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북한 정권의 ‘추가도발 의지’는 사그라지지 않을 임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