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8일(현지시각) 공개한 지난 3년 간의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에는 우방 또는 적국 지도자에 대한 현지 외교관의 적나라한 평가도 다수 포함돼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29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등에 대한 미 외교관들의 보고 내용을 "다채롭고도 분명한, 비외교적 언사로 된 말잔치"라면서 이를 취합해 보도했다.

    가디언은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이상한 관계'부터 소개했다.

    지난 2008년 말 미국 대사관이 보내온 전문은 이 둘의 관계를 `배트맨(푸틴)과 그의 조수 로빈(메드베데프)'으로 표현했다. 공식적으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의 상급자이지만 "그는 배트맨 푸틴의 조수 로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전문 보고 내용도 있다. 미 외교관들은 김 위원장을 `무기력한 늙은이(flabby old chap)' 등으로 묘사했으며,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서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해 "육체적, 심리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보고했다.

    파리 미 대사관에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수 차례에 걸쳐 내각, 총리를 경질한 데 대해 보고하면서 "다른 사람의 비판 모욕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권위주의적인 성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해서는 온갖 악평을 쏟아냈다. 엘리자베스 디블 로마 주재 미 대사관 대리대사는 "유럽의 지도자답지 않게 무기력하고, 헛된 자만심만 강하며, 일 처리도 비효율적"이라고 혹평했다.

    로마 대사관의 또 다른 보고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육체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허약한 지도자"라면서 "종종 밤늦게까지 파티를 벌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전쟁에 동참한 동맹국 지도자들도 빠지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보낸 전문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어떤 사실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그를 반대하는 아주 괴상한 얘기나 음모을 전달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휘둘리는 극도로 허약한 남자"로 묘사했다.

    아라비아반도 알 카에다 지부가 틀고 앉아있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과 살레 대통령의 회담을 평가하면서 "남을 무시하길 잘하고 지루하게 만들며 또 참을성도 없다"고 보고전문에 적어 보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미 대사관 측은 남아공 국제협력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단지 "늙은 미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또 미 외교관이 술탄 카부스 오만 국왕의 한 보좌관 말을 인용해 보고한 데 따르면 리비아 지도자 무함마르 알 가다피는 "아주 이상한 사람"이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는 "우아하고 매력적"이라며 다만 약속을 결코 안 지킨다고 보고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회담에 대해 카이로 미 대사관 측이 보고한 내용이다. 전문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나는 그와 아주 개인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덧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