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나 北비난..안보리 입장 표명도 요구
-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 러시아가 두 차례나 북한을 비난하고 안보리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회의를 표시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대열에 동참하길 꺼렸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포격 사건 당일인 23일 즉각 "남한의 섬(연평도)에 대한 포격을 주도한 자들은 분명히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북한을 비난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같은 날 공식 성명을 통해 "국가 간의 어떠한 무력 사용도 강하게 비난한다"고 발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25일에도 아프가니스탄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남한이) 사격 훈련을 하는 것과 (북한이) 주민들의 거주 지역에 포격을 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고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며 재차 북한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가 한반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안보리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이처럼 러시아가 적극 나서는 이유는 우선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달아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자칫 보다 심각한 무력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해 동북아 지역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이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국가 장기발전 전략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러시아에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러시아 외무부 차관과 한국 주재 대사를 지내고 현재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게오르기 쿠나제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는 자국 국경과 가까운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벌써 연초부터 두 번이나 유사한 사건이 터지면서 러시아의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들어 한-러 양국 대통령의 상대국 상호 방문 등으로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 분위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천안함 사건 때와는 달리 공격의 주체가 명확한 연평도 사건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기가 부담스러웠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한국 프로그램 센터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천안함 사건의 경우 러시아가 북한 공격설에 대해 회의를 가졌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며 "그동안 계속돼온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이 연평도 사건의 동기가 됐다 할지라도 주거 지역에 포격을 가해 인명 피해를 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만일 유엔 안보리 회의가 소집돼 결의문이나 의장성명이 채택되면 거기엔 분명 북한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 부소장 바실리 미헤예프도 "무엇보다 연평도 사건은 비난받을 대상이 명확한데다 북한의 도발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러시아 정부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가 연평도 사건을 서둘러 안보리에서 논의하길 원하는 것은 이 사건 해결의 주도권이 예전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흘러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발언권을 갖고 있는 안보리 행을 희망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