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새는 지구상에서 가장 불행한 나라가 아이티라고 생각됩니다. 지진에 그토록 참혹하게 무너진 나라, 설상가상으로 태풍·홍수가 몰아치고 이제는 콜레라가 창궐하여 이미 수백 명이 죽었고 이 전염병이 날이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린다니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미국 시카고에서 개업하고 있는 나의 사촌 의사 내외가 아프리카 오지에 의료선교를 자주 다니더니 근자에는 아이티에 집중적으로 원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역병이 난무하는 그 ‘저주 받은 듯 한 땅’에서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입니다.

    정치가 잘못되어 저 섬나라가 저렇게 가난하고 저렇게 불행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처량하기 그지없는 나라에 왜 그토록 심한 재앙이 밀어 닥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나님이, 우리가 믿는 대로, 어제도 오늘도 살아 계시다면 이러실 수는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떨쳐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콜레라를 퇴치하기 위해 미국이 수천 만 달러를 그 나라에 보냈고 유엔은 계속 원조의 손을 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난감하기만 합니다.

    “인간의 극심한 곤경은 하나님께는 기회가 된다.” (Man's extremity is God's opportunity)라고 가르친 1946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 목덕 박사(G. R. Mott)의 말을 되새기며 아이티라는 불행한 나라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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