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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소파에 앉았을 때 먼저 그렇게 입은 연 것이 서미정이다.윤대현은 안쪽 주방에서 커피포트를 만지고 있었는데 머리만 돌려 이쪽을 보았다.
대신 고수연이 놀라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그때 서미정이 고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연이가 할 말이 있다는데요.」「어, 그래?」
하면서 다시 머리를 돌린 윤대현이 커피포트의 버튼을 눌렀다.그 순간 고수연이 서미정을 향해 눈이 찢어질 듯이 흘겼지만 윤대현의 말에 금방 원상태로 돌아왔다.
「말해봐, 뭐가 불만야? 또?」
「내가 전화를 받았는데...」반발하듯이 고수연은 바로 말을 받는다.
윤대현은 잠자코 찬장에서 커피 잔을 내렸고 고수연의 말이 이어졌다.
「애기 분유값도 떨어졌다는데,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만이라도 책임은 져야 될 것 아냐?」
「그래? 분유가 떨어졌다고?」머리를 돌린 윤대현이 긴장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았으므로 둘은 거의 동시에 침을 삼켰다.
윤대현의 시선을 받은 고수연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그래, 이재영이라고 하던데. 모르는 사이라고는 말 못하겠지?」
「아, 이재영.」「지금쯤 애기 굶어 죽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
하고 고수연이 동의를 구하듯이 서미정을 보았다. 그러나 서미정은 윤대현을 응시한채 시선을 마주쳐주지 않는다.그때 윤대현이 말했다.
「난 연락 못받았는데 죽었다면 문자라도 왔을 거다.」기가 막힌 고수연이 다시 서미정을 보았다. 이번에는 서미정도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고수연을 보았다.
다시 윤대현의 말이 이어졌다.
「다 살게 되는겨. 분유 없으면 모유로, 그것도 떨어지면 동냥젖을 먹여서라도 말이다.」커피잔에 커피를 따른 윤대현이 한모금 삼키고는 맛있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는 멍한 얼굴로 앉아있는 두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내가 홀트 입양기관에다 알아보라고 했는데 말 안듣는구만. 거기다 애기를 주면 돈까지 받는다던데 말야.」
「야, 들어가자.」
하고 고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제 고수연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사람 같지도 않은 놈한테 말 전한게 잘못이지. 어서 인나.」
「아무리 그래도.」
혼잣소리처럼 말한 서미정도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리고는 길게 숨을 뱉고나서 말했다.
「세상에, 이럴수가.」고수연을 따라 방으로 들어서는 서미정의 등에 대고 윤대현이 물었다.
「참, 나하고 한잔 마시자고 했잖니?」그러나 서미정은 들은척도 않고 방으로 들어서더니 세게 문을 닫았다.
「오바했군.」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윤대현이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내가 이거 무신 지랄인지 몰겄다.」쓴웃음을 지은 윤대현이 제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다.
앞쪽 거울에 얼굴이 비치고 있다.
왼쪽 눈등이 찢어져 반창고를 붙였고 관자놀이에는 멍이 들었다.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고 오른손 근육이 늘어졌다.3전 1승 2패로 손에 쥔 돈은 5백만원. 이 돈으로는 독립 할 수가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