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 좀 줬어.」
    다음 날 오전 수업이 끝나고 만난 최병태에게 윤대현이 말했다.

    눈만 껌벅이는 최병태를 향해 윤대현이 어젯밤의 전공(戰功)을 늘어놓고는 얼굴을 펴고 웃는다.

    「내 K-1 필름을 TV에다 연결시켜 놓은 것이 적중했다.」
    「걔들이 그걸 봤다구?」
    「봤다니까 그러네.」

    윤대현이 다시 웃는다.
    「둘이 아주 정신줄을 놓고 보더라니까. 입에서 침이 질질 떨어지더라.」
    「공갈치지마. 인마.」
    「진짜 문틈으로 봤다니까 그러네.」
    「유치한 자식.」
    「인마, 양아치는 양아치 스타일로 박아야 되는겨. 넥타이 메고 나섰다간 백전백패다.」
    「그, 친구 되는 애. 괜찮다구?」
    「그 조개보다 훨 낫다니까.」

    눈을 가늘게 뜬 윤대현이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국제 대학이야. 국제대 수준이 숙화대보단 낫지.」
    「그럼 걔로 할까?」
    「뭘?」
    「국제를 내가 맡는단 말이다. 인마.」
    「미친놈이 다 된 밥에 숟가락만 들고 나타나는구만.」
    「인마, 넌 고수연이 맡고.」

    자르듯 말한 최병태가 팔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그럼 난 오늘 저녁 7시쯤 너네 집에 가기로 하지.」
    「웃기지마, 짜샤.」
    「밥은 좀 많이 해놔라.」
    「미친놈.」
    「그동안 난 머리좀 깎고 사우나에서 때까지 밀고 올테니까.」
    「고 조개한테 문 열어달라고 해라.」

    자리에서 일어선 윤대현이 말을 잇는다.
    「난 인마, 오늘부터 합숙이라구. 일주일 후부터 게임이다.」
    「어이쿠.」

    그때서야 제 정신이 난 듯 눈을 둥그렇게 뜬 최병태가 따라 일어섰다.
    「시합이냐?」
    「세번.」

    자리에서 일어선 둘은 잔디밭을 나란히 걷는다.

    윤대현이 말을 이었다.

    「사흘 동안 매일밤 한게임씩 뛰는겨.」
    「이기면 얼마 받는데?」
    「첫 게임에서 이기면 3백.」
    「두번째 계속 이기면?」
    「그럼 두 번째는 5백.」
    「세번째까지 이기면?」
    「1천.」
    「그럼 3전 전승에 일천 팔백이군.」
    「다 지면 게임당 1백씩 3백 받는다.」

    도서관 옆 자판기 앞에서 멈춰선 윤대현이 동전을 넣고 주스를 꺼내 먼저 최병태에게 건네 주고는 다시 동전을 넣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새엄마가 데려온 기집애하고 이런 갈등이 있는 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너네 아버지가?」

    한모금 주스를 삼킨 최병태가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니 아버지라면 그러겠다. 야, 이 빙신아, 너하고는 생판 남인데 그 조개를 따묵어뿌려.」
    어깨를 부풀렸던 최병태가 윤대현의 눈치를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안헐라면 말고.」

    그러자 주스를 한모금 삼킨 윤대현이 길게 숨을 뱉는다.
    「시발, 집 나가야겠어.」

    윤대현이 먼 곳에 시선을 준 채 말을 잇는다.
    「이번 게임에서 돈 모아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