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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지?」
방에 들어왔을 때 눈을 치켜 뜬 고수연이 묻자 서미정은 큭큭 웃었다.「역시 만만치 않아.」
「개새끼 맞지?」
「괜찮다. 분위기가.」
「아니, 이년이.」얼굴을 굳힌 고수연이 서미정을 째려보았다.
「인상이 좋다고 해주니까 홀랑 넘어간겨? 이 배신자 같은 년이.」
「오빠 말이 맞어. 자주 웃는 사람의 웃는 모습이 좋아.」
「진짜 조개 까고 있네.」
「예감이 수상해.」
「뭐가?」
「오빠하고 나하고 뭔가 엮어질 것 같다는 예감.」
「너, 가.」
하고 고수연이 손가락으로 문 쪽을 가리켰을 때 서미정이 창가의 의자에 앉았다.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수연을 보면서 말했다.
「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뭘?」
「여자는 가끔 괜찮은 남자하고 대면한 순간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이건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무의식중에 만든 자기 보호 본능인데.」
「얘가 진짜.」
「조개 까는 말 아냐. 차분하게 들어.」
「진짜 까지마, 이년아.」
「어때? 니가 처음에 오빠한테 칼을 날린 건 그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오빠, 오빠 하지 말라니깐?」눈을 치켜 뜬 고수연이 허리에다 두 손을 짚었지만 서미정은 코웃음을 쳤다.
「니가 지난번에 차수남이한테 오빠해쌓던 것보담 낫다.」
「이년이.」
「오빠가 차수남이한테 대면 두배는 낫다. 코도 그만큼 크고.」
「진짜 조개까네. 미친년.」
「야, 나 좀 씻을게.」
하고 의자에서 일어선 서미정이 욕실로 들어갔으므로 고수연은 어깨를 늘어뜨렸다.차수남 역시 복학파로 서미정하고 한달 반쯤 사귄 남자다. 차수남을 소개시켜줬더니 대뜸 고수연이 오빠, 오빠 해쌓던 것이다.
고수연과 서미정이 거실로 나왔을 때는 한시간쯤이 지난 7시가 조금 넘었을 때다.
고수연의 방에도 TV가 놓여졌고 넓었지만 서미정이 자꾸 나가자고 한 것이다.
몇 번 거절했던 고수연도 내가 또 안 나갈 이유가 없다는 반발심이 일어났으므로 나온 것이다.거실은 비어졌고 대형 TV도 꺼 놓았다. 윤대현이 제 방으로 들어간 것 같다.
그것 보라는 듯이 고수연에게 눈을 흘긴 서미정이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서미정도 반바지 차림이라 허벅지까지 미끈한 맨 살이 드러났다. 오늘은 고수연이 긴 면바지를 입었다.「어디루 간겨? 내 다리 좀 봐주지.」
하고 꼬아 얹은 다리의 발가락을 까닥거리면서 서미정이 중얼거렸다.
「하긴 내가 니 오빠 가져가믄 난 니 올케가 되는겨?」말 같지도 않은 말, 대꾸하기도 싫다는 듯 고수연이 잠자코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그러자 화면에 K-1 경기 장면이 나왔다. 남자 둘이 격렬하게 펀치를 주고받는다.고수연과 서미정은 잠깐 화면에 시선을 주었다. 둘다 K-1 팬인 것이다. 효도르 등 어지간한 파이터는 줄줄 외운다.
그 순간이다.
「어머나.」서미정의 입에서 놀란 외침이 터졌고 고수연도 눈과 입이 딱 벌어졌다.
선수 중 하나의 얼굴이 바로 윤대현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