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흑백사진 주인공, 서울에 사는 유인자씨
  • ▲ ▲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선보이는 소녀 /제주도 제공
    ▲ ▲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선보이는 소녀 /제주도 제공

    한국전쟁 당시 제주에 온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클라리넷을 분 단발머리 소녀의 신원이 확인됐다.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영호)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7월 3일에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클라리넷 소녀'는 지금 서울 성북구에 살고 있는 유인자(69,사진)씨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당시 9세였던 유씨는 인천으로 피난 가던 중 미 공군 대령 딘 헤스씨에 의해 제주도까지 옮겨졌다. '전쟁고아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헤스씨는 당시 C-47 수송기를 동원, 1천여 명의 전쟁고아들을 제주도로 무사히 피신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 ▲ ▲ 28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유인자씨가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조선일보
    ▲ ▲ 28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자택에서 유인자씨가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조선일보
 
미군부대와 같이 제주농업학교 부지(현 제주시 전농로)에 있었던 한국보육원에 수용된 유씨는 원생들로 이뤄진 40인조 관악단에서 클라리넷을 불게 됐고, 그해 여름 제주도를 방문한 이 대통령 내외 앞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선보였다.

유씨는 이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1남2녀를 뒀고, 얼마 전에는 첫 손자를 얻는 등 다복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 이상철 부위원장은 "어젯밤 전화통화에서 당시 관악단을 했던 분들과 함께 내년 제주국제관악제에 공식 초청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때 50여년 전의 클라리넷 선율을 다시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1995년부터 '섬, 그리고 바람의 울림'이란 주제로 관악제를 열고 있는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는 제주 관악의 뿌리 찾기 운동의 하나로, 제주에서 전쟁의 참화 속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소녀를 지난 8월부터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