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참모도 모르게 국감 우수 의원 38명에 직접 메시지 보내한 의원은 장난인 줄 알고 보좌진 통해 확인시켰다 놀라기도
  •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2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도중 전화벨이 울렸다.

    이 대통령의 개인 휴대폰이었다. 누가 이 대통령의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을까? 임 실장은 궁금했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

  • ▲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뉴데일리

    이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거기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입니다"라고 하자 이 보좌관은 놀라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해당 의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 "대통령인지 몰랐습니다"고 해명했다.

    발단은 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6, 27일 이틀간 한나라당 국회의원 38명에게 직접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실무진에게 '정책질의서를 잘 만들고, 정책질의를 잘 한 의원이 누구냐'고 물어봤고, 각 부처에도 '대안을 제시하는 등 정책을 실제 잘 알고 질의한 의원을 상임위 별로 선정해 알려 달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언론에서 선정한 국정감사 우수 의원을 합쳐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부터 최종 명단이 보고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이틀 동안 직접 개인 휴대폰으로 이들 의원에게 격려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받은 의원들 대부분이 장난 메시지인 줄 알고, 모 의원의 경우 보좌진을 통해 확인을 지시한 것.

    임 실장도 그제서야 이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알게 됐다.

    한 초선 의원은 문자 메시지를 받고 정진석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했다. 이 의원은 대뜸 "수석이 장난치는 거 아니야"라고 했고, 정 수석은 처음 "무슨 얘기를 하는 거에요?"라고 반문했다. 정 수석 역시 이 의원의 전화를 받은 뒤에야 알았다.

    문자를 받은 친이계 한 의원은 "대통령한테 문자가 왔길래 이 대통령이 여의도와 스킨십을 하려고 의원들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낸 줄 알았는데 오늘 신문을 보고서야 격려 메시지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의 내용도 모두 달랐다. 김효재 의원에게는 "늘 소신있고 힘 있는 발언으로 국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성호 의원에게는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정치를 열어나가고자 늘 노력하는 모습, 지켜보고 있습니다", 구상찬 의원에게는 "대통령입니다.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라고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참모진들에게도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때가 많다"면서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도 이 대통령이 직접 소통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