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동영상’ 유출에 파혼-가정파탄까지 비일비재유출 경로 다양...전용 사이트까지 생겨 사회문제로
  • 결혼을 세 달 앞둔 A양(28)은 최근 남자친구로부터 일방적으로 ‘절교’를 통보받았다.
    큰 충격을 받은 A양은 만나주지 않는 남자친구에게 “이유나 알자”고 매달렸다. 몇 차례 추궁 끝에 A양은 남자친구는 전화 대신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 ▲ 비밀스런 동영상 유출이 많아지면서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자료사진
    ▲ 비밀스런 동영상 유출이 많아지면서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자료사진

    메시지엔 한 성인사이트의 주소와 동영상 게시물 번호가 적혀 있었다. 
    컴퓨터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확인한 A양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몇 년 전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모텔에서의 하룻밤 모습이 8분 정도의 영상에 편집돼 담겨 있었다. 그리고 영상엔 그녀의 얼굴이 모자이크도 안 된 상태로 노출되고 있었다.
    너무 분하고 수치스럽던 A양은 어렵게 수소문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동영상 유출을 따져 물었다. 하지만 정작 돌아온 답변은 “나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동영상을 찍은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 안 가서 지웠고 당시 사용했던 컴퓨터도 버렸다는 대답이었다.

    휴대전화며 디지털 카메라가 일상화되면서 자신의 사생활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신만의 혹은 두 사람만의 비밀 기록도 일반화됐다. 하지만 이 영상들이 유출되거나 아니면 연인관계가 깨지면서 앙심을 품은 애인이 영상을 공개해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상처는 젊은 20대들만이 아니다. 유출된 19금 영상만 다루는 한 토런트 사이트에는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자신들의 사생활을 동영상으로 찍었다가 이런 저런 경위로 유출되어 인터넷에 퍼진 것들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실정이다.
    특히 정상적인 연인관계가 아닌 불륜의 경우, 곧바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많다.
    사랑스런 아내의 모습이 동영상에 나타나거나, 자상한 아빠가 동영상에서 다른 여성과 함께 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휴대폰 수리센터에서 일하는 한 모바일 커뮤니티 회원은 “고장이 나서 가져온 휴대폰의 경우 10대 중 한두 대 이상은 절대 노출하면 안 되는 개인들의 적나라한 사생활 영상이 들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영상 유출은 쓰던 휴대전화를 팔았는데 지운 동영상을 복구해서 유출된 경우도 있고 휴대폰 외장메모리에 저장했다가 쉽게 유출된 경우도 있다.
    또 컴퓨터의 고장 등으로 수리를 맡겼다가 수리업자 등이 몰래 동영상 파일을 별도의 저장매체에 옮겨 심은 뒤 여러 사람들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의 동영상을 성인사이트에 판매하거나 공개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며 피해자는 문제의 동영상이 있는 사이트에서 스크린 샷 등으로 증거를 확보한 뒤 경찰에 고소를 하면 법의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생활이 담긴 파일이 있다면 반드시 두세 번에 걸쳐 메모리를 지우거나 파일 암호라도 반드시 걸어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