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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서 대한민국도 지금부터 대비체제를 갖춰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의 급변사태는 우리의 급변사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곧 통일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통일문제는 우리의 역량만으로는 성취될 수 없는 또 다른 구조와 차원을 가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의 급변사태가 대한민국이 남북관계에 있어 정치적 우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한마디로 북한내부의 권력투쟁 내지 권력이동사태이다. 북한내부의 권력이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 패턴이야말로 향후 북의 권력관계를 예측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자료이다. 북한권력은 혈족세습체제지만 세습자체가 권력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후계자는 군사적 담력과 실적을 입증해야 한다. 김정일은 아웅산, KAL기 테러를 주도함으로써 일단 그것을 입증했다. 그 다음이 선군정책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극단적으로 군사화된 국가의 군부를 장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후계자는 끊임없이 군부에 ‘아첨’해야 한다. 최근 노동신문사설이 처음에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찬양했다가, 곧이어 ‘빌어먹는 경제는 안된다’고 표현한 것은 이미 노동당도 접수한 군부의 입김을 반영한 것이다.후계자 김정은도 천안함 폭침으로 1단계를 넘겼다. 그러나 경력상의 약점(당 지도경력도 없는데다 후계과정에 시간이 충분치 못함) 때문에 대장계급을 달아야 했다. 김정일이 사망하거나 집무불능상태가 되면 김정은은 본격적으로 자기 권력구축에 나설 것이다. 우선 그를 중심으로 신세대 군부세력이 구축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년층인 현 지도부는 교체될 것이다. 신군부는 노년 지도부가 현대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명분을 내세우겠지만 어차피 자리다툼이고 권력투쟁이다.
외부 관측통들은 장성택-김경희가 김정은의 후견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나 그들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도 어차피 독재자가 되어야하는 만큼 ‘선생님’들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장성택 등은 김정은의 독재체제 확립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무력화될 것이다.
김정일의 어릴 적 스승이었던 황장엽씨가 김일성 사후에 망명의 길을 택했던 점을 비교해볼 수 있다. 물론 권력이동과정에서는 어차피 불평분자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황장엽씨의 ‘그깟놈’이라는 심리가 밀려나는 세력의 공통된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그 불만이 조직화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북한과 중국은 다르다. 북한에는 섭겸영(葉劍英)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등소평이 보이지 않는다. 76년 모택동 사후 중국 군부는 섭검영을 중심으로 뭉쳤다. 섭검영은 강청등 문혁(文革)4인방을 처치했다. 중국군부가 섭검영과 등소평을 지원한 데에는 배경이 있다. 문혁때 중국군부는 홍위병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단적인 예로 67년 우한군구(軍區)사령관 진재도(陳再道)는 우한의 모택동 별장을 포위했다. 모(毛)는 간신히 빠져나갔고 진(陳)은 나중에 숙청됐다. 이러한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군부는 ‘조직’으로써 당한 수모를 잊지 않았다. 그것이 섭검영의 힘이었다. 그러나 북한군부는 계속 ‘선군’이라는 ‘당근’으로 다스려졌기 때문에 ‘조직’으로써 최고지도자에 대한 적개심이 적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김정은은 다음 단계로 군부취향의 실적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물론 대남군사도발이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볼 때에 대남도발이야말로 그들의 권력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대한민국이 만약 그들의 도발을 과거와는 아주 다르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아주 야무지게 응징해서 도발목표를 완전히 좌절시킨다면 김정은 체제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 그룹의 책임문제가 불거지고 그의 지위는 불안정해질 것이다. 그의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반대세력이 결집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 내부는 불안정해지고 그야말로 급변 가능성이 발생하게 되어있다. 물론 우리의 외교와 대북정책도 공세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때에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우리의 내부체제이다. 지금 개헌논의가 있으나 그저 대통령임기와 분권에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무도 급변사태와 관련해서 헌법상의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급변은 한마디로 비상사태이다. 우리의 헌법은 민주화개헌과정을 통해 비상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상당히 삭제했다. 이 점은 여야를 떠나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급변사태가 현실화될 때를 대비해서 공안당국은 국내 종북세력의 동태를 미리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천안함사태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종북세력의 준동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김철 객원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