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북한방송, 북한 주민 윤택한 생활 언급은 선군정치 정면에서 공격
  • 우연이었다. 본인이 동경의 한 호텔에서 아사히 TV를 본 것은.
    놀라웠다. 김정남의 입에서 3대 세습을 반대한다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김정남은 한글로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일본어를 잘 모르는 필자도 김정남의 메시지는 분명히 들어왔다. 김정남은 작심한 것 같았다. 그가 인터뷰한 것은 10월 9일이다. 김정은이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하루 전날이다.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 기념식 하루 전에 인터뷰를 했다는 것은 그가 작심하고 발언했음을 잘 보여준다.

    11일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반대한다는 아사히TV와의 인터뷰를 가졌던 사실을 전하며 당시 상황을 위 같이 전했다. 이후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김정남은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위협세력으로 자리했다”고 평가했다.  

  •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10일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10일 평양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열린북한방송은 “김정남은 3대 세습에는 나름의 내부적 요인이 있다고 했지만 그의 방점은 ‘3대세습 반대’에 분명히 찍혀 있었다”면서 “그는 교묘하게 김정은의 약점을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즉 “동생(김정은)이 북한주민들을 위해서, 정말 주민들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는 그의 발언은 김정은의 약점을 교묘하게 공격했다는 것. 김정은은 지금 경제보다는 군사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선군정치를 할 것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즉, 선군정치이기 때문에 경제는 뒷전이라는 점.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정남이 “주민들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고 발언한 것은 김정일-김정은 체제의 약점을 정면에서 공격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정남은 해외에 계속 체류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김정은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그는 북한 국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돕겠다고 했다. 열린북한방송은 이를 “자신은 계속 해외에 남아 해야할 일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수령제 사회인 북한에서 후계 3대 세습을 반대했으니 아무리 김정일 아들이라도 북한에 들어가면 온전할 수 없다. 해외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김정남은 교묘한 언어화술 속에서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다는 것. "자신은 후계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세습에는 내부적 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 요인이 있었으면 그에 따라야 한다" "언제든지 동생이 필요로 할 때 도울 용의가 있다"는 표현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 전후맥락을 보면 그는 김정은 후계를 분명히 반대함을 선언하고 있다.

    아울러 이 방송은 김정은 체제는 출범하자마자 삐걱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김정일 큰 아들 김정남이 등장했기 때문.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