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이용하는 관계야.」
    최용기가 직장인의 자세를 그렇게 정의했다.

    다음날 오전, 김동수는 최용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수원으로 가는 중이다.

    핸들을 쥔 최용기가 말을 잇는다.
    「따라서 이용가치가 없어졌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떠나야 돼.」
    최용기의 긴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까지 직장을 여섯 곳이나 옮겨 다닌 것은 그런 판단 때문일 것이다. 회사가 필요없다고 했거나 본인이 했거나 마찬가지, 둘 중 하나만 틀어져도 나가는 것이다.

    머리를 돌린 최용기가 김동수를 보았다.
    「너, 이번에 고추 사고난 것 변상했어?」
    「예, 월급에서 15만원 빼갔던데요. 앞으로 두달간 30만원 더 뺀다고 합니다.」
    「도둑놈의 새끼들.」

    최용기가 튀어나온 턱을 앙 다물었으므로 옆모습이 초승달형이 되었다. 그러나 역성 들어주는 것이 고마운 김동수가 헛기침을 했다. 지난 번 배경필한테 더 지급한 고추값을 김동수의 월급에서 제한 것이다.

    최용기가 말을 이었다.
    「사장놈은 신촌에다 세컨드를 두고 있어. 배달꾼 한명이 여자하고 아파트로 들어가는 사장을 봤다는 거야.」
    「......」
    「밤 10시쯤이라니 살림 차려준 거야.」
    「개판이군요.」
    김동수가 잇사이로 말했다.

    「사장은 세컨드한테 살림차려줬고 경리부장은 경리담당하고 놀아나고 말이죠.」
    「이런 회사에 충성을 바칠 필요가 있냐? 안그래?」
    「맞습니다.」
    「너하고 나하고만 손발을 맞추면 한달에 삼사백 먹는 건 일도 아니다.」

    차의 속력을 높이면서 최용기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장하고 오부장이 체크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안그래?」
    「그렇습니다.」

    본론이 이것이다. 오늘 수원의 중국 농산물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매상한테 같이 가자면서 김동수를 데리고 나온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김동수의 대답을 들은 최용기가 웃음 띤 얼굴로 힐끗 보았다.
    「너도 이제 대충 윤곽을 잡았을테니까 이런 말을 하는거야.」
    「예, 과장님.」
    「앞으로 창고로 들어가는 물품의 10%는 우리가 빼돌리자구.」

    순간 김동수는 숨을 죽였고 앞쪽을 응시한 채 최용기가 말을 잇는다.
    「5백키로가 들어가면 창고로 가기 전에 10%를 빼돌리잔 말야.」 
    「창고에서 다시 중량을 잴텐데요?」
    「창고장 윤씨하고는 이미 합의가 되었어.」

    속력을 줄인 최용기가 김동수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물론 오부장이나 사장이 따라가지 않는 물품에 한해서다.」

    사장이나 오기호는 열 번 중 한번 정도나 물품을 받고 창고까지 따라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동수가 거의 다 그 일을 했다. 잡일이었고 막일이어서 쫄따구가 하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머리를 끄덕인 김동수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요. 그런데 어디서 빼냅니까?」
    「내가 그때마다 장소를 알려 줄테니까 그건 걱정마.」

    최용기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하고 너, 글고 창고장 윤씨까지 손을 잡으면 뉴스타 상사는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장이나 오부장은 바지 저고리가 되는겨.」

    김동수가 심호흡을 했는데 그것이 꿈에 부푼 행동으로 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