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북한에 대해서는 공정하지 않나?                                                       

    요즈음 우리나라 국민과 정치인 및 운동권단체 구성원들은 공정한 것을 크게 좋아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의 실현을 역설하자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야당인 민주당도 뒤지지 않기 위해 공정한 사회 실현을 주장하고 있으며,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공정’이 외쳐지고 있다. 이토록 ‘공정’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과 여야 정치인들과 운동권 단체의 구성원들이 이상하게도 북한문제에 당면하면 ‘공정’을 잊어버린다. 

    28일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의 3대 세습을 강행했다.
    주민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하는 최악의 통치를 하면서도 통치권만은 가족집단이 틀어쥐고 3대째 세습을 하는 북한의 정치상황은 전세계 인류의 손가락질을 받을 해괴한 상황이다. 그런 해괴한 짓을 하는 김정일 집단이 필자와 동일한 민족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나라의 여야 정당과 운동권 단체들, 그리고 언론매체와 정부는 북한에서 전개된 3대 세습에 대해 단호한 비판 논평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니 그보다 덜한 2대 세습만 추진되어도 ‘공정’하지 못한 짓이라고 비판하며 세상이 뒤집어지게 소란을 피울 사람들이 북한에서 일어난 3대 세습에 대해서는 긍정적 침묵 혹은 조심스런 비판 논평만 하고 있다. 참으로 ‘공정’과는 담을 싼 행태이다. 

    우리나라 정당과 운동권 시민단체들, 그리고 언론매체와 정부가 남한 내부의 문제들에 대해서만 ‘공정’을 주장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공정’을 외면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만도 대한민국의 정당과 단체, 그리고 언론매체와 정부는 북한 수재민 구호 물품 제공 캠페인을 전개함에 있어서나 북한의 대화전술에 호응함에 있어서 ‘공정’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온정주의로만 일관해왔다.

    지난 8월 말 북한 신의주 지역에 큰 홍수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나라 시민운동단체, 여야 정당, 언론매체들은 북한 수재민을 돕자며, ‘인도주의 소동’을 벌였다. 그들은 불과 5개월 여 전에 북한이 우리 해군의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하여 침몰시키고 그 배에 탑승했던 46명의 해군병사들을 떼죽음 당하게 한 반민족-반평화적 만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는 신의주 지역 수해의 실상도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은 채(신의주 지역 수해의 실제 규모는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이름으로 그런 호들갑을 떨었다. 

    그에 덩달아 정부도 적십자사를 통해 북한 측에 수재민구호물자를 보낼 용의가 있으니 필요하면 요청하라고 통고했다. 북한은 기왕에 줄 거면 쌀 시멘트 굴삭기 등을 달라고 통고했다. 북한으로부터 엎드려 절 받기 식의 물자요청을 통고 받고, 우리 정부는 그것을 북한의 공식적인 지원요청으로 격상 접수한 다음, 북한이 요청한 쌀과 시멘트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사건에 대해 명백한 사과를 하지 않고 모호한 용어로 사과하는 시늉만 해도 그것을 사과로 간주하여,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없는 한 북한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변경할 용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주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준비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사 관계자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건수만 생기면 남한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하는 그들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한 북한의 태도는 최근 전개된 북한의 대화제의들이 남한으로부터 돈과 물자를 뜯어내기 위해 전개해온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의 하나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북한이 이처럼 야비한 본색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여야 정당들과 시민단체들 및 언론매체들은 물론이고 정부마저도 북한에 대한 기왕의 턱없이 관후한 태도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해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무조건 또는 약간의 명분만 확보되면 북한에 돈과 물자를 주고자 하는 그런 턱없이 관후한 태도는 대단히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신상필벌이다. 좋은 일을 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가하는 것이 신상필벌이다.
    2008년 가을 이후 북한은 대한민국을 향해 여러 가지 못된 짓을 해왔다. 어뢰로 천안함을 격침시킨 것은 그런 못된 짓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못된 짓을 거듭한 북한에 대해 징벌을 가해야 공정하다. 더구나 북한은 대한민국을 향해 못된 짓을 거듭했음으로 형사재판에서 누범에 대해 가중처벌을 선고하듯이 더욱 무거운 징벌을 가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볼 때, 우리가 무슨 명목으로든 북한에 돈이나 물자를 제공하면 그것은 북한정권의 존속을 도와주는 동시에 북한에서 일어난 3대 세습이라는 해괴한 작태를 승인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재민 구호물자를 보내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건, 개성공단 투자를 확대하건, 남북무역을 하건 다 마찬가지이다.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 정권은 한민족의 수치이자 현대 인류의 수치이다. 또한 그들은 한반도 거주민들의 재난의 근원이다. 북한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 조속히 멸망시켜야 할 악당들의 집합이다. 김가 왕조를 조속히 멸망시키고 최소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와 같은 사회주의라도 실현해야 북한 주민들의 살길이 열릴 것이다. 그러한 집단에 대해 붕괴공작을 전개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그들의 존속을 도와주는 조치들을 취한다는 것은 '공정'을 외면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민족과 인류를 배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당들과 시민단체 및 언론매체들, 그리고 심지어는 정부까지도 엄하게 징벌을 가해야 할 북한에 대해 김가 왕조의 3대 세습을 묵인한 채 쌀과 밀가루 등의 상을 주자고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도 덩달아서 북한이 사과의 시늉만 하면 그것을 구실삼아 북한에 경제지원을 해주려는 태세이다.
    같은 나라의 국민이 살고 있는 남한 사회의 각종 문제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면서도, 적인 북한에 대해서는 ‘공정’의 잣대를 버리고 그들의 못된 짓에 대해 벌이 아닌 상을 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나라 여야 정당과 운동권 단체, 언론매체와 정부에게 남한에서는 ‘공정’을 외치면서 왜 북한에 대해서는 ‘공정’을 무시하는 대우를 하는지 묻고 싶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