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예조, 출연거부는 '업무방해'"
  •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이 외주제작사 드라마에 대한 출연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3사 중 유독 MBC만 '한예조'와 협상 타결이 안돼 논란을 빚고 있다.

  • ▲ 김응석 한예조 위원장  ⓒ 뉴데일리
    ▲ 김응석 한예조 위원장 ⓒ 뉴데일리

    ◆김응석 "KBS 제외, 외주제작 드라마 전체 보이콧" = 김응석 한예조 위원장은 1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수년간 저희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군소 영화사도 아닌 공중파 3사의 드라마에 출연하고도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방송사는 자신들이 원인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먼발치에서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각 방송사가 외주제작·방영하는 드라마에 대해 출연료 미지급 해소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촬영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KBS의 경우 미지급 출연료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급 보증을 서기로 약조했고, 관련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공동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이번 촬영 거부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날 한예조가 밝힌 보이콧 대상 외주제작 드라마는 MBC '동이' '장난스런 키스' '글로리아' '김수로' 등 4편과 SBS '여자를 몰라' '나는 전설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인생은 아름다워' 등 6편이었다.

    그러나 SBS는 "지난 1일 드라마센터 허웅 총괄국장이 대표로 나서 한예조 집행부와 협상을 벌인 결과 '미지급 출연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 합의점을 도출함에 따라 현재 방영 중인 모든 드라마 촬영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2일 밝혔다.

    ◆SBS, 2일 극적 타결…MBC만 '출연거부' 희생? = 실제로 SBS는 미지급금 대부분에 대해 지급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나머지 미지급 출연료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자이언트' '나는 전설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인생은 아름다워' 등은 별다른 차질없이 예정된 스케줄대로 촬영·방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KBS에 이어 SBS도 한예조와 미지급 출연료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지상파 3사 중 MBC만 한예조의 '출연 거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부터 한예조 소속 연기자들이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의 촬영을 거부함에 따라 녹화가 전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3일 오전에는 한예조 집행위원들이 대거 '동이' 촬영장을 방문, 소속 연기자들을 설득해 '글로리아'와 마찬가지로 촬영이 올스톱 된 것으로 알려졌다.

  • ▲ 지난 1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외주제작사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집행위원 대표들. ⓒ 뉴데일리
    ▲ 지난 1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외주제작사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집행위원 대표들. ⓒ 뉴데일리

    한예조에 따르면 2일과 3일 녹화 일정이 없었던 MBC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와 '김수로'에 대해서도 소속 연기자들의 촬영 거부 동의를 얻어낸다는 방침이어서 4일부터는 MBC의 나머지 외주제작 드라마들도 정상적인 촬영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한예조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동이'를 제작한 리더스는 연기자들에게 올해 7월분(8회) 출연료 6억9872만4470원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수로를 제작한 '스토리허브'와 글로리아를 제작한 '신영 이앤씨'는 지난달 27일과 31일 각각 7월분 출연료를 모두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난스런 키스는 9월 1일 첫 방송돼 출연료 지급 현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한예조는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제작사가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원인은 방송사에 있는 만큼 출연료 미지급 해소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촬영을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BC, 경영악화로 출연료 '지급 보증' 부담? = 반면 MBC는 "미지급금 사태에 대해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나 한예조의 촬영 거부는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는 등 업무방해 성격이 짙다"며 "미지급 출연료 문제는 원칙적으로 외주사의 문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MBC가 한예조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명분' 때문이 아닌 올해 초 파업으로 인한 '경영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31일 현재 출연료가 미지급된 외주제작 드라마는 KBS가 3개, SBS가 4개인 반면 MBC는 7개에 달하고 있어 방송사가 지급 보증을 통해 출연료를 대신 떠안기엔 다소 부담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 ▲ 지난 1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외주제작사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집행위원 대표들. ⓒ 뉴데일리
    ▲ 지난 1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외주제작사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집행위원 대표들. ⓒ 뉴데일리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경영 상태 악화나 외주제작 드라마의 비율 문제는 핑계일 뿐이며 실제 방송 3사의 순이익은 미지급 출연료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지적. 이와 관련 한예조는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근거, 지난해 방송 3사의 순이익은 KBS가 693억원, MBC가 746억원, SBS가 238억원 총 1677억원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한예조 관계자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어디까지 외주제작사가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하지만 방송사가 검증되지 않은 부실제작사에 제작을 맡긴 뒤 해당 제작사에 터무니없이 적은 제작비를 지불하고 작품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며 "제작사가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게 만든 원인은 다름 아닌 방송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지급이 발생한 드라마를 해외에 팔아 미지급액보다 훨씬 더 많은 추가수익까지 올리는 방송사들은 평소 드라마에 편중, 외주 제작을 맡김으로써 힘없는 제작사를 쥐어짜고 출연료까지 나몰라라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예조에 따르면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누적 금액은 7월말 현재 KBS 10억5000만원, MBC 22억원, SBS 11억5000만원 등 총 4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3일 오후 2시 현재 MBC 드라마 '글로리아'의 제작사 '신영 이앤씨'가 '한예조' 측에 출연료 미지급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혀옴에 따라 다시금 촬영 재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영 이앤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한예조의 공식 입장은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