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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민주당, 누가 걸레인가?
김태호 낙마를 보고, 만감이 교차되는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마당을 돌다가 개 집 앞에서 개똥을 보았다. 치우면서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집 개똥 치우는 이는 아버님과 나 둘뿐이다. 아직까지 개는 예쁘지만 개똥까지 예쁘다는 식구는 없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 아니 국무총리 후보자는 소장수 아들이다. 가난을 딛고 학연, 지연, 형연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그 완강한 성벽을 뚫고 성장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마도 그는 소장수 아버지가 팔기 위해 끌고 온 소의 똥을 매일 치우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도 우리 가난한 서민들처럼 개똥 소똥을 치우면서, 낮은 자리 밑바닥 삶이 주는 가난과 멸시 속에서 꿈을 키우고 희망을 부화시키면서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를 낙마시킨 이들은 누구였을까.
누가 그보다 더 청렴하여 그 사람의 비리(非理)를 질타하였을까. 민주당 민노당 의원 중에는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반역의 죄를 범한 이들이 많다. 북한에 불법 송금한 죄로 형을 살았던 사람도 있고, 죄를 저질러 형을 산 사람 또한 사학비리에 연루되어 형을 살아야 할 사람이며, 도덕적 하자가 큰 사람도 많이 있다. 심지어 천안함 폭침 사건에 북한을 옹호하던 34인이 있다. 더구나 이제는 대놓고 북한을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일반의 형법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려야 할 사람들이다. 그냥 똥이 아니라 아예 개똥이라 할 것들이다.
어느 스님 한 분이, 내 어린 시절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법을 들려주신 적이 있다.
“여기 황금을 싼 걸레와, 똥을 싼 비단이 있다. 너는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
스님의 묻는 말에, 당시 어린 나는 어떤 답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대개 사람들은 걸레를 택하지 않는다. 누구나 비단을 먼저 들고 펼쳐볼 것이다. 그러나 비단을 펼쳐보고 똥이 들은 것을 안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 것이며, 반면에 걸레를 주워들고 안에 든 것이 황금인 줄 안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느냐?”
역시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님은 답답한 듯 혀를 차고는 말을 이으셨다.
“비단에 똥이 든 것을 본 사람은 비단까지 버리지 않겠느냐. 그러나 걸레 안에 든 황금을 본 사람은 걸레까지 가지고 간다. 이제 좀 이해하겠느냐?”
오랜 동안 그 설법을 가슴에 품은 채 살아오다가, 필자(筆者)는 그 예를 오늘에야 보았다. 김태호, 그는 비단에 든 똥인가, 아니면 걸레에 든 황금인가. 만약 그가 비단에 든 똥이라면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이지만, 걸레에 든 황금이라면 우리는 걸레만 본 어리석은 사람들이 될지도 모른다.
김태호, 그가 살아온 환경은 분명 걸레처럼 누추한 가난이었고, 그가 한 거짓말도 분명 걸레 같은 일이다. 그러나 그는 황금의 꿈을 품은 진정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화려한 부모의 명성으로 뒤를 이은, 비단 같은 가정 속에서 어려움 모르고 살아온 국회의원이나 장관들도 있다. 그 사람들은 비단에 싸였다고 해서 속에 든 것까지 황금이 아닐지도 모른다.
김태호가 정말 지탄받아야 할 부도덕자라면, 그는 걸레 속에 든 똥이었을 것이니 당연히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가 황금을 품은 사람이라면, 그의 가난한 과거나 비리, 작은 거짓말은 걸레처럼 보일지라도 안고 가야 했다. 우리는 걸레를 버리면서 황금마저 버린 사람들은 아닐까.
개집 곁 짚으로 바람막이를 한 담장 밑에다 둥지를 틀은 암닭이 꼬꼬댁거린다. 알을 낳은 모양이다. 알을 줍다가 다시 낙마가 거론되는 김태호와 신재민과 이재훈을 생각한다. 그 김태호는 군수와 도지사라는 알을 품어 부화시킨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 막 총리라는 알을 품었다가 그는 좌절하고 말았다. 다시 김태호의 알은 다른 누군가가 품어야 할 것이지만, 정말 우리는 걸레를 보고 황금마저 버린 우매한 국민이 된 것은 아닐까 싶다.
더구나 하는 행동도 걸레, 생각도 똥 같은 인간들이 우굴거리는 마당에, 아니 똥 묻은 걸레에 개똥 소똥 다 든 인간들이 성인군자인척, 훌륭한 정치인인 척 하는 세상인데, 우린 너무 걸레에 집착한 어리석음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 그것이 걱정스러운 아침이다. (조갑제닷컴)
(WPS국제방송 편집위원, 시인정신작가회 회장, 데일리안 편집위원,
ptimes논설위원, 전남자유교조 고문, 자유지성300인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