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검증 하랬더니 "차관 불러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20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엉뚱한 문제로 멈췄다.

이 후보자에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인이 서울 창신동 뉴타운 개발 예정지에 '쪽방촌' 주택을 구입했고 중계동과 남창동에 각각 상가를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인천 부평 재선거 출마 당시 보다 훌쩍 뛴 재산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검증해 봐야 할 문제가 많은 데 야당은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엉뚱하게 박영준 지경부 2차관을 물고 늘어졌다.

그가 '왕차관' '실세차관'이라 불리며 이번 청문회에서 모든 상임위원회로 부터 증인출석 요구를 받아 어느 정도 야당의 공세는 예견됐던 일. 그러나 청문 대상자도 아닌 박 차관 문제로 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 자체가 출발부터 삐걱댄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포문은 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열었다. 이 후보자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왕차관인 박영준 차관 임명으로 이 후보자가 정상적 업무 진행에 우려가 제기된다. 박 차관을 불러 이 후보자를 허수아비 장관으로 취급할 지, 장관으로 제대로 인정할 지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재균 의원도 "외부인사가 에너지와 무역을 담당하는 제2차관으로 낙하산 인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외부인사가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이 든다"며 "지경부 직원들도 장관과 1차관이 허수아비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진표 의원 역시 "박 차관의 자세와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창일 의원도 "잘못하면 완전히 허수아비 장관이 될 수 있다. 참고인 또는 증인으로 반드시 불러야 한다. 정 어렵다면 연기라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 차관 출석 요구가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맞섰고 결국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