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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는 지금까지 차를 학교까지 가져온 적이 없다.
지하철을 타면 각각 5분씩만 걸어서 집과 학교에 닿기 때문에 주차장도 변변치 않는데다 정체가 심해서 세배나 더 시간이 걸리는 차를 운전하고 오는 것은 미친 짓이다.그렇지만 오늘은 차를 가져왔다.
미국 포드사의 SUV, 어머니가 작년에 사준 차다. 배기량 4천cc, 마력수가 높고 엔진 음이 크다.차를 본 심명하가 눈을 둥그렇게 뜨더니 옆자리에 앉아 등을 기대보면서 묻는다.
「니 차야?」머리만 끄덕이며 시동을 걸었더니 심명하가 차 안을 둘러보며 웃는다.
「넓고 안락해서 침실 같다.」
「그래서 내 친구놈은 자꾸 빌려달라고 그래. 카섹스하겠다고.」
「빌려줬어?」
「아니, 아직 나도 안했는데.」
「머릿속에 든게 그런거 뿐이니?」
「그럼 넌 독문법만 들었냐?」차 안의 분위기는 밝다. 평일인데다 휴가도 다 끝나가는 시기여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 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참, 니 애인 군대 갔다고 했잖아?」
하고 이동규가 물었을 때 심명하는 입을 다물었다. 얼굴에 뜬 웃음기도 슬며시 지워지고 있다.그러나 이동규가 앞쪽을 향한 채로 다시 묻는다.
「그 친구, 군대 빠지려고 안했어? 요즘은 그런 놈들 많잖아?」
「많다구?」머리를 돌린 심명하가 이동규의 옆 얼굴을 보았다.
「누가 그래? 많다구?」
「내 주변 놈들 대부분.」
「그건 니 주변이지.」나무래듯 말한 심명하가 다시 등을 의자에 붙이더니 앞쪽을 보았다.
「대다수 남자들은 건전해. 다 묵묵히 군대 간다구.」
「그럼 빠진 놈들은 불건전하냐?」
「당연하지.」
했던 심명하가 머리를 돌려 이동규를 보았다.「넌 그런 놈들 사이에서 놀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온 거야.」
「시발놈들이 괜히 삼팔선을 갈라가지고.」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고.」차갑게 자른 심명하가 말을 잇는다.
「의무야. 국민의 의무.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짜증날려고 한다.」
이동규는 잠자코 차에 속력을 낸다.누가 모르는가? 병역의 의무,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놈 저놈 다 빠지면서 어둠의 자식들만 군대 간다는 말까지 퍼졌다.
건전이 밥 먹어주나? 의무는 나만 지키냐? 잘난 인간들이지 자식 다 군대 안보내면서 나만 왜? 하는 불만이 팽배하면서 가는 놈이 병신이라는 분위기가 되었다.그때 심명하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너도 미국 가면 빠질지 모르겠네?」
「......」
「너 비난하는거 아니니까 오해 마. 내가 무슨 병무청 사람도 아니고 인정이 있는 보통 여자니까.」그러더니 쓴웃음을 짓는다.
「측근 비리쯤은 눈감아 줄 수가 있는 보통 여자란 말야.」
「야, 휴게소 말고 갓길에다 잠깐 차를 세웠다 갈까?」
불쑥 이동규가 묻자 심명하는 머리를 들었다. 눈이 둥그레져 있다.「왜?」
「카섹스 한번 해보려고. 차 산 후에 한번도 안했거든.」심명하가 다시 머리를 눕혔다. 화제를 바꾸려는 수작인 줄 아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