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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이래?」
백화점 안 라운지에서 만난 채지수가 대뜸 그렇게 물었지만 표정은 환했다.
오늘 채지수는 팬티같은 반바지에 소매 없는 셔츠 차림이었는데 비꼬아 말한다면 떠나는 여름을 향해 매달리는 것처럼 느껴졌다.오후 6시. 이동규는 형을 만나고 나서 PC방, 영화관을 거쳐 이곳에 왔다. 최영도나 그와 비슷한 부류의 친구를 불러 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꿀꿀할때는 채지수같은 여자가 낫다.
앞에 앉은 채지수가 다리를 꼬아서 발 하나가 이동규 앞쪽으로 내밀어져 있다. 굽 낮은 샌들 밖으로 튀어나온 다섯 발가락이 매끈했다. 발톱도 가지런했고 발목에는 금발고리가 채워졌다. 종업원에게 아이스티를 주문한 이동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채지수를 보았다.
「그때 그냥 보낸 것이 넘 아쉬워서.」
「나, 미쳐.」
했지만 채지수는 웃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동규는 한발 더 나갔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곧장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싶은데 괜찮겠냐?」채지수가 시선만 주었으므로 이동규가 말을 잇는다.
「여름 다가고 곧 개학인데 이번 여름의 쫑파티를 하는겨. 그래서 오늘은 내가 엄마 차를 갖고왔어. 벤츠 5백야.」
「......」
「난 엄마 차를 오늘 첨 끌고 나왔는데 전부터 그 차 안에서 카섹스를 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차 안을 정액으로 뒤덮어 버리고 싶었다니까.」
「미쳐.」
했지만 이동규는 채지수의 두 눈이 습기로 번들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잘나간다. 채지수한테 구르몽이나 헷세 따위의 노가리를 풀었다면 이런 반응을 결코 얻지 못하리라.다시 이동규가 말을 잇는다.
「같이 가줄래? 네가 바라는 어느 곳이든 가줄게.」
그러자 채지수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집에 전화하고.」핸드폰을 쥔 채지수가 옆쪽 모퉁이로 사라졌을 때 이동규는 길게 숨을 뱉는다.
그 순간 몸이 가벼워지면서 머릿속에 심명하, 그리고 박재희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걔들은 무겁고 어렵다. 이런 때는 채지수가 딱 어울린다.
그로부터 30분쯤이 지났을 때 이동규는 채지수를 옆에 태우고 강북강변로를 달려가고 있다.「너, 애인 있다면서?」
창을 조금 연 채지수가 담배를 입에 물면서 물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가볍다. 그래서 이동규도 가볍게 대답했다.
「어, 그래. 있지.」
「니 애인한테 미안하지 않어?」
「천만에, 걔도 노는걸 머.」하지만 떠난 박재희도, 아리송한 사이가 되어있는 심명하도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오직 옆에 앉은 채지수가 그렇다.「나도 그래.」
예상 했던대로 채지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그런건 억지로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니라구. 때가 되어서 임자를 만나면 딱 정리하게 되겠지. 나도, 너도.」
하면서 채지수가 손을 뻗어 이동규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허벅지를 문지르면서 채지수가 말을 잇는다.
「그리고 내 남자도 니 여자도 말야. 안그래?」
「맞다.」
「거기 만져줘?」
하고 채지수가 물었으므로 이동규는 침부터 삼키고 대답했다.
「놔둬. 생각나면 이따 휴게소에서.」이제 이동규는 다 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