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번째 Lucy 이야기 ② 

     「지금 어디야?」
    하고 테드가 물었으므로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긴 안면도란 섬이야.」
    「안면도?」
    테드의 목소리가 굳어져 있다.
    「아니, 거긴 어떻게 간거야?」
    「안내를 받아서.」
    내가 앞쪽에 선 고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래사장은 넓고 바다는 잔잔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환한 햇살만큼 밝다.

    그때 테드가 말했다.
    「언제 돌아올거야?」
    「저녁때쯤.」
    「그럼 내가 7시쯤 호텔에서 기다릴게.」

    나는 테드에게 대답하지 않고 통화를 끝냈다. 테드의 7시에 기다린다는 말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7시까지 돌아오라는 말처럼 들린 것인데 테드에게 이런 감정은 처음 일어났다.

    내가 다가갔더니 고지훈이 물었다.
    「점심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오전 11시 반이다. 고지훈의 시선을 받은 내가 웃어보였다.
    「아무것이나. 바닷가니까 생선 요리를 먹지요.」
    「회 좋아하십니까? 회란 날로 먹는 생선을 말하는데.」
    「일식당에서 먹어보았어요. 맛있더군요.」
    「그럼 회로 하지요.」

    내 분위기가 옮겨진 듯 고지훈의 표정도 밝아졌다. 다시 발을 떼면서 고지훈이 말했다.
    「루시양처럼 자신의 뿌리를 알고 있는 한국인도 드뭅니다. 특히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 중에는 그쪽에 동화된 분들도 많지요.」
    「난 한국어를 전혀 못해요.」
    쓴웃음을 지은 내가 고지훈을 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까진 내 뿌리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지요.」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고지훈을 본 순간 나는 사연을 다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천천히 모래사장을 걸어 식당으로 향하면서 나는 고지훈에게 이승만의 수기에 대해서 말했다.
    물론 테드가 한국으로 날 부른 것에서부터 어젯밤에 읽은 수기에 김일국이 워싱턴의 대한제국 공사관 통역으로 등장했다는 것까지 설명했을 때 우리는 커다란 식당 앞에 서있었다.

    머리만 끄덕이면서 그러나 열심히 듣던 고지훈이 입을 열었다.
    「이승만은 루즈벨트를 만나지만 대세를 변화시킬 수는 없었지요. 그 당시 루즈벨트는 국방장관 테프트를 보내 일본 수상 가쓰라와 가쓰라·테프트 조약을 맺거든요.」
    식당의 방 안으로 나를 안내한 고지훈이 마주보고 앉으며 말을 잇는다.
    「그것은 미국이 일본에게 대한제국의 관리를 맡기는 조건으로 미국의 필리핀 통치를 묵인 받는다는 내용이었지요.」

    다가온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고 난 고지훈이 말을 잇는다.
    「이승만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 이승만은 그 후에 어떻게 했죠?」
    「5년 동안에 조지 워싱턴 대학 학사, 하버드 석사, 프린스턴에서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박사 학위는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프린스턴대 총장 우드로 윌슨한테서 받습니다.」

    고지훈이 열기 띤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30세의 나이로 워싱턴대 2학년에 편입해서 35세에 박사가 됩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승만의 공부도 치열한 투쟁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잠자코 고지훈을 보았다. 고지훈의 표현이 가슴에 닿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