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만 100세를 넘는 노인들이 실제로는 수십년전에 숨졌거나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살지 않는 것으로 잇따라 밝혀짐에 따라 이번 사태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도쿄도 하치오지(八王子)시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만 102세 남성 노인이 실제로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치오지시 관계자는 2002년 며느리(62)로부터 "(시아버지가) 행방불명됐다"는 소리를 듣고 경찰 신고를 권하는 등 여러가지 상담을 해줬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그대로 기록을 남겨뒀다가 최근 당국의 고령자 관리에 허점이 뚫렸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자 남성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아라카와(荒川)구에서도 만 108세와 104세인 외국 국적 할아버지 2명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쿄 주민 중 최고령(만 111세) 남성으로 알려진 아다치(足立)구의 가토 소겐(加藤宗現)씨가 실제로는 30여년 전에 숨진 사실이 드러나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스기나미(杉竝)구가 서둘러 확인한 결과 도쿄도 최고령자인 만 113세 할머니 후루야(古谷) 후사씨가 실제로는 서류상 주소지에 살지 않고 있고,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하치오지시나 아라카와구에서도 잇따라 100세 이상 노인들의 종적이 묘연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언론은 당국의 무성의한 행정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3일자 아사히신문은 2005년에도 후생노동성 고령자 명부에 올라 있던 도쿄 아라카와(荒川)구의 110세 할머니가 실제로는 40여년 전에 실종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고, 100세 이상 노인 중 52명이 뒤늦게 명부에서 빠진 일도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하자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후생노동상은 3일 연금 기록을 기초로 만 110세 이상 고령자의 안부를 전국적으로 확인해 이달중에 발표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급한 대로 110세 이상 고령자 50∼100명이라도 공무원이 직접 만나서 주소지에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한국도 대비를 서둘러야 할 '급격한 고령화'라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지난해 9월 현재 100세 이상 노인이 4만399명으로 불어났지만 행정 당국이 미처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4만399명 중 가장 많은 3천530명이 도쿄에 사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날 오전 TV아사히의 보도프로그램에 출연한 검사 출신 전문가는 "행정 당국의 법적 권한이 '사생활 보호'라는 벽에 막혀 가정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 내 폭력(DV)이나 자녀 학대에 이어 100세 이상 고령자 안부 문제까지 터진 만큼 행정 당국에 가정 문제에도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