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발적 투항주의’ 

     지금의 정계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한나라당과 민주당만 두고 말해 보자. 한나라당은 중도에서 왼쪽으로 기우뚱 해 있고, 민주당은 왼쪽으로 가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흉내를 내고 있고, 민주당은 민노당 흉내를 내고 있다. 
     왜 이러는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1980년대 이후의 유권자 다수가 “좌경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도 그 시대의 피교육자들이기 때문이다. 30대~50대 초의 한나라당-민주당 정치인들은 보수 진영에 몸담고 있든, 범좌파 진영에 몸담고 있든 대개가 386적 분위기와 386적 역사인식을 주입받으면서 대학, 대학원을 다닌 사람들이다.
     그 세대 정치인들과 그 세대 유권자들은 지금 보수에 있든 범좌파에 있든 모두가 대한민국 건국사와 산업화 역사를 나쁘게만 그리는 사관(史觀)과 사회과학의 일방적 세례를 받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공교육에서는 물론 논술학원 등 사교육에서도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이승만 박정희는 나쁘고, 김정일 아닌 미국이 주적(主敵)이고, 대한민국은 친(親)외세, 김정일은 반(反)외세”라는 최면(催眠)과 주술(呪術)을 뇌리와 귓가와 잠재의식에 주입 받으며 살았다. 
     그래서 그들은 훗날 자라서 민노당, 민주당 아닌 한나라당, 재벌회사, 국가공직에 들어가서도 그런 어렸을 적 최면효과에서 완전히 깨어나 있기가 어렵다. 좌파로 들어간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나라당이나 공무원직이나 재벌회사에 들어간 사람들 역시 좌파에는 주눅들려 있고 우파에는 거리를 두려 한다. 그 만큼 세뇌란 무서운 것이다.
     이런 세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투철한 우파 지도층이 “그건 아니다”라며 일신을 던지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멀리 이차돈의 순교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조선조 말기에 천주교가 전래되었을 당시 다수 성직자들과 수 많은 신도들이 새남터 등에서 처절한 순교를 했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천주교회가 베드로 같은 반석 위에 섰다. 
     매사 이런 희생 없이는 공짜로 되는 일이 없다. 대한민국도 수 많은 고지(高地)에서 순국한 영령들 덕택에 이 만큼 왔다. 이제 그 약효가 떨어진 모양인지, 천안함 조사결과를 믿지 않기로 한 인구가 30%라 했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우파 지도층의 희생과 순교가 또 있어야 할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처럼 좌파에 아첨이나 하고 “우리는 우파가 아니다. 우리는 중도다” 하는 식으로 미리부터 기고 들어가지고서는 상대방이 “오 그러냐, 그럼 봐주지” 하기는 커녕 “응 그래 너 기죽었구나” 할 뿐이다.

     도대체 이 집권 세력은 정치 투쟁이라는 게 뭔지, 그 ABC는 고사하고 개념조차 없다. 이 들은 한 마디로 ‘자발적 투항주의’ 집단이다. 그렇다면 2012년을 어찌 할 것인가? 그 때는 이명박 같지 않은, 장수(將帥) 다운 장수가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