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당 화합이 제일 중요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만남을 잘 좀 해줬으면 좋겠다"(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그래, 그럼 (박 전 대표와) 함께 폭탄주 2~3잔 마시고 해야겠다"(이명박 대통령)

    30일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나온 대화다. 31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가 8월 중순 경에 있을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대한 당부를 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과 김 원내대표의 대화는 참석한 한 최고위원이 전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저녁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저녁 청와대에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7.28 재보선의 여당 압승으로 이날 만찬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 원내대표의 제안에 이 대통령도 화답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당이 단결하고 화합해야 한다. 앞으로 함께 더 잘하자"고 했고, 당 지도부가 계파해체 결의를 한 것에 대해서도 "잘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반기 국정 코드를 '친서민' '소통'으로 잡은 이 대통령이 그동안 껄끄러웠던 박 전 대표와의 관계 회복에 적잖이 신경 쓰고 있음을 내비친 대목이다. 청와대가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의미 있는 만남을 위해 준비 중"이라며 어느 때 보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만찬에서 "민심이 무섭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을 잘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과 조해진 당 대변인이 각각 청와대와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그래야 채찍도 받지만 사랑도 받는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겐 "자주 보자. 앞으로 공적 자리든, 사적 자리든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끝나고 당 지도부가 큰 절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도 "은평과 충주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해서 으쓱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큰절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대기업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도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함께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요 며칠 사이에 대기업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사정 같은 것을) 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사의를 표명한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같이 좀 더 일을 했으면 했지만, 만나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정 총리 생각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안상수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국회 출신이 와 있어서 여러 가지로 편하다. 각료도 그런 점에서…"라며 향후 개각 때 정치인 입각 필요성을 거론하자 특별한 언급 없이 듣고만 있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