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장 황제의 밀사 ⑮

     「좋다. 놀자.」
    하고 내가 대답했을 때 놀란 이중혁이 내 옷소매를 움켜쥐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사내에게 말을 이었다.
    「둘이 함께 가면 안되겠는가?」
    「아, 되구말구. 하지만 한 사람당 2불, 시간은 두시간을 깎을 순 없소.」

    사내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희색이 만면했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내의 얼굴은 말(馬)상이다.
    거기에다 눈동자가 쉴새없이 흔들리고 있다.

    내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4불 주겠다. 여자는 어디 있나?」
    「따라오시오. 가깝소.」
    하면서 사내가 앞장을 섰는데 두걸음에 한번씩 머리를 돌려 우리를 보았다.
    「조선 여자가 가장 낫습니다.」

    건성으로 걸으면서 용케도 다가오는 행인과 부딪치지 않는다.
    사내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만난 곳에서 백보쯤 떨어진 2층 건물이었다.
    계단을 오르자 복도 양쪽은 수많은 방으로 나뉘어졌고 온갖 소음이 울렸다. 복도를 오가는 사람은 대부분이 동양인으로 청국 말에다 영어가 뒤섞였다. 가끔 서양인이 우리를 흘겨보고 지났을 때 꼭 술냄새가 맡아졌다.

    이윽고 사내는 복도 끝쪽의 방문 앞에서 멈춰섰다.
    「이곳이요.」
    주먹으로 문을 두드린 사내가 손잡이를 비틀어 열면서 웃었다. 담뱃진이 박힌 이가 누렇다.

    사내를 따라 들어선 나는 숨을 삼켰다.
    전등을 켠 방 안은 환했는데 안쪽 침대 앞에 서있는 여자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양식 자켓에다 스커트를 입었지만 긴 머리는 뒤로 틀어 묶어서 긴 목이 드러났다.

    여자도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둘이 한꺼번에 들어섰기 때문일까? 30대쯤 되어보였는데 갸름한 얼굴에 수심이 덮여져 있다.

    그때 사내가 말했다.
    「어떻소? 이만하면 절색이지 않소? 하와이에서 온지 한달도 안되었소.」
    그러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4불 내시오. 두시간을 지키시고.」

    나는 주머니에서 1불짜리 지폐 넉장을 꺼내 사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사내가 다시 얼굴을 펴고 웃었다.
    「어허, 조선 양반이신 것 같구만. 그럼 두시간 후에 오리다.」

    사내가 방을 나갔을 때 나는 이중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4불이면 우리가 묵는 호텔의 8일분 숙박료가 된다. 아껴 먹으면 둘의 열흘분 식사대가 될 것이다.

    「형님, 제가 나갈까요?」
    하고 이중혁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으므로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중혁의 소매를 쥐고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자는 아직도 잠자코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다.

    「우린 놀러 온 것이 아니네. 그저 돈을 내고 이것이 무슨 일인가를 알아보려고 온 것일세.」

    내가 말했을 때 여자의 얼굴에 천천히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러더니 침대 끝에 앉더니 손으로 앞쪽 의자를 가리켰다.
    의자가 각각 달랐지만 두 개가 있었으므로 우리는 엉덩이를 붙였다.

    여자가 말했다.
    「미국 본토에 처음 오신 분 같네요. 그래서 놀라신 모양이군요.」

    여자의 목소리가 의외로 맑고 밝아서 나는 숨을 죽였다. 여자가 말을 이었다.
    「보시다시피 저는 몸 파는 계집입니다. 방을 나간 거간 놈하고는 절반씩 나눠먹지요. 그리고 이 일은 제가 자원해서 한겁니다.」

    그러더니 이를 드러내고 소리없이 웃었다.
    「하지만 조선 땅에서 살던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