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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더니 김홍기가 김민성을 맞았다.
오후 5시였으니 오늘은 김홍기가 일 나가지 않은 모양이다.「야, 너, 방학인데 내일 부여 다녀올래? 미스김이 가이드로 가니까 넌 운전만 하면 돼.」
김민성이 제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김홍기가 물었다.「나 피곤해.」
했더니 김홍기는 버럭 소리쳤다.「얀마, 젊은놈이 뭐가 피곤하다는겨? 놀러갔다 온 놈이 피곤혀?」
그러자 어머니 정윤자가 나섰다.
「아, 그럼 놀러가면 피곤하지 않다는거요? 괜히 애 데리고 시비야, 시비가.」
「아니, 이 예펜네가.」
「넌 얼릉 씻고 들어가 쉬어.」
하고 정윤자가 김민성에게 방으로 들어가라고 턱짓을 했다.김홍기가 투덜거렸지만 뒷심은 정윤자에게 못당한다.
그래서 방에 들어 간 김민성의 방문에다 대고 잔소리를 이었다.
「저자식, 애비가 뭘 시키면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어. 겁대가리 없는 자식.」
「아니, 자가 말을 안들은게 뭔데? 당신이 군대 갔다오라고 하니깐 군대도 다녀왔잖요?」
「아, 군대 안간 놈이 남자여? 다 가는건디 어쩠다고.」방에서 부모의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서 김민성이 컴퓨터를 켜서 메일 확인을 했다. 예상했던대로 박재희한테서 메일이 와 있었다.
「미안해. 배신감 느꼈을거야. 지난날이 아깝지만 할 수 없지. 변명할 것 없어. 그럼 잘지내. 안녕.」
짧은 메일이었지만 할 말은 다 했다. 전화로 했다면 이렇게 줄여서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랄.」
컴퓨터 전원을 끈 김민성이 씻고 거실로 나왔을 때 김홍기는 보이지 않았다.「아버지는?」
김민성이 묻자 정윤자가 턱으로 문 밖을 가리켰다.
「가게 술사러 가신 것 같다.」
「요즘 일 안돼?」
「글세, 기사들이 채워지지 않는구나.」버스 4대에 아버지까지 기사가 다섯이라 기사들은 한달에 하루나 이틀 정도밖에 쉬지 못했다.
월급도 박한데다 관광버스 기사는 장거리 운행에 시달려야만 한다.김민성이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
「아버지한테 내일 내가 부여 간다고 해.」
「너, 괜찮아?」반색을 하면서도 정윤자가 묻더니 곧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김홍기에게 연락을 하려는 것이다.
「내일 몇시에 출발 하느냐고 물어봐.」
김민성이 말했을 때 김홍기와 연락이 된 정윤자가 곧 핸드폰을 바꿔주었다.
「응, 4239 버슨데 봉천동 차고에 있다.」김민성이 핸드폰을 귀에 붙였을 때 김홍기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아침 6시에 가면 미스김이 기다리고 있을거다. 미스김을 태우고 역삼동 공원으로 가서 손님들 실으면 돼.」
「나 얼마 줄껀데?」
하고 김민성이 물었더니 김홍기가 짧게 웃었다.「밥값하고 기름값까지 15만원 줄게.」
「20만원 줘.」
「엣따, 18만원.」
「알았어.」핸드폰을 귀에서 뗀 김민성이 주방에 서있는 정윤자에게 말했다.
「엄마, 내가 결혼하면 이 집에서 살아야 돼? 아니면 집을 사줄꺼야?」이런 이야기는 25년만에 처음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