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극 '풀포러브'로 데뷔 이후 첫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 한정수 ⓒ 뉴데일리
    ▲ 연극 '풀포러브'로 데뷔 이후 첫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 한정수 ⓒ 뉴데일리

    “10개월 연속으로 드라마를 찍으며 내 모든 것은 소진된 상태였다. 연극 무대에 선다는 것은 다시 나를 축적해 나가는 작업이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SM아트홀에서 공연중인 연극 페스티벌 ‘무대가 좋다’의 개막작 ‘풀포러브(Fool For Love)’ 에디 역의 배우 한정수를 만났다.

    전형적인 말보로 카우보이와 마초적이면서도 소년같은 순수함. 이번 작품에서 한정수는 메이와와 이복형제이면서 과거의 연인인 에디로 분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정체성 속에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15년,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메이에게 헛된 환상만 심어주고 결국 그녀를 떠나 버리던 에디.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여인의 딸이라는 사실과 에디를 그 어느 곳에도 정착할 수 없는 방랑자로 만들어 버렸다. 뒤늦게서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메이와 와이오밍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꾸며 수 천 마일을 달려 그녀를 찾아오지만, 에디에게 돌아오는 것은 차디찬 메이의 냉대뿐이다.

     

  • ▲ 연극 '풀포러브' 공연중인 배우 김정화와 한정수 ⓒ 뉴데일리
    ▲ 연극 '풀포러브' 공연중인 배우 김정화와 한정수 ⓒ 뉴데일리

    드라마 '추노'를 통해 거친 남자의 매력으로 단번에 시청자을 사로잡은 한정수는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에서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해 또 다시 여심을 흔들었다. ‘마왕’과 ‘한성별곡’, ‘왕과 나’, ‘바람의 화원’등을 통해 연이어 연기 호평을 받아왔던 그가 처음으로 대학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실제 자유분방한 성격의 한정수는 연극무대에서 꽤나 ‘상대하기 힘든’ 파트너다. 끊임없는 애드립으로 메이들을 수없이 당황시켰다. 연습기간에도 연출과 상대 배우들로부터 많은 지적을 당했지만, 그는 스스로 정형화된 연기를 하는 것을 끝까지 거부한다.

  • ▲ 에디 役 한정수의 즉흥연기에 당황한 상대 메이 役의 김정화 ⓒ 뉴데일리
    ▲ 에디 役 한정수의 즉흥연기에 당황한 상대 메이 役의 김정화 ⓒ 뉴데일리

    한정수는 “나는 틀에 박힌 것을 못 견딘다”라며 “매회 똑같은 정서를 담아낸다는 것이 싫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고, 매 순간의 감정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연기하는 에디가 무대 위에서 느끼는 대로, 순간 순간의 감정을 충실히 연기한다는 것이다.

    10개월 가까이 연속으로 미니시리즈를 찍으며 시청자들의 머리속에 강인한 인상을 각인시킨 한정수는 자신이 연극 무대에 오른 것은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표현한다.

    그는 “드라마를 연속으로 작업하면서 체력과 연기력, 그 모든 것이 소모된 상태였다”라며 “연극은 무대에 오르면서 나 자신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느낀다. 나를 트레이닝 하는 기분이 든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너무 힘들고 스스로 여러 부딪힘을 느꼈으나, 연극 무대는 나를 만들고 쌓아가는 기분 좋은 작업이다”라고 그간의 연기자로서의 고민과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풀포러브'는 이복형제이자 사랑하는 연인 에디와 메이를 한 자아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성(兩性)으로 표현한 연극으로 '파리, 텍사스' 등으로 유명한 샘 셰퍼드의 화제작이다.

    에디를 떠나고자 하지만, 결코 떠날 수 없음을 아는 메이. 메이를 사랑하지만,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에디. 표면적인 이복 남매 간의 사랑과 미움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벗어나 두 사람의 대립을 통해 한 자아 내의 의식자체에 내재하는 두 개의 힘이 벌이는 전적으로 내면화된 싸움을 표현한다.

    지난 6일, 박건형과 김효진의 첫 무대. 모든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무대에 오른 김효진이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한정수는 “효진이는 굉장히 여성스럽고 섬세한 연기자인데, 첫 공연을 잘 해낸 것을 보면서 너무도 대견스러워 나 역시 눈물이 핑 돌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사실 그 때 정화와 나는 더 긴장했다”고 웃어보였다. 다음날이 자신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마음 편히 그 눈물을 바라 볼 수 만은 없었다.

    그는 “조광화 연출은 배우들에게 늘 95점만 하라고 말한다.”라며 “욕심내지 말고 다음 공연에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약간의 여유를 남겨두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것이 스스로와 다른 배우들에게 남겨진 앞으로의 숙제다. 두 달여간의 공연의 시작, 그의 새로운 도전이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박건형, 한정수, 조동혁, 김정화, 김효진 등 정상급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풀포러브'는 9월 12일까지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