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극 '풀포러브'로 데뷔 이후 첫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 박건형 ⓒ 뉴데일리
    ▲ 연극 '풀포러브'로 데뷔 이후 첫 연극무대에 오른 배우 박건형 ⓒ 뉴데일리

    “영상과 무대의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늘 궁금했죠.”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장르를 넘나들며 공연계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그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질 시점에 박건형이 꺼낸 카드는 바로 연극이었다.

    큰 스케일의 화려한 뮤지컬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지켜봐 온 관객 입장에서는 배우의 호흡하나, 눈빛의 작은 떨림 하나까지도 생생하게 드러나는 소극장 무대 위의 박건형이라는 배우가 어떨지 사뭇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SM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페스티벌 ‘무대가 좋다’의 개막작 ‘풀포러브(Fool For Love)’ 공연 현장에서 만난 배우 박건형은 전형적인 말보로 카우보이와 마초적이면서도 소년같은 순수함을 지닌 에디 그 자체였다.

    연극 '풀포러브'는 이복형제이자 사랑하는 연인 에디와 메이를 한 자아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성(兩性)으로 표현한 연극으로 '파리, 텍사스' 등으로 유명한 샘 셰퍼드의 화제작이다.

    에디를 떠나고자 하지만, 결코 떠날 수 없음을 아는 메이. 메이를 사랑하지만,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에디. 표면적인 이복 남매 간의 사랑과 미움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벗어나 두 사람의 대립을 통해 한 자아 내의 의식자체에 내재하는 두 개의 힘이 벌이는 전적으로 내면화된 싸움을 표현한다.

  • ▲ 뮤지컬 '풀포러브' 에디 役의 박건형
    ▲ 뮤지컬 '풀포러브' 에디 役의 박건형

    “뮤지컬로 배우가 됐고, 연극은 대학시절 이후 처음입니다.”

    2001년 뮤지컬 '더 플레이'로 데뷔한 이후 ‘햄릿’, ‘웨딩싱어’, ‘삼총사’, ‘뷰티풀게임’ 등의 굵직한 공연에서 주연을 도맡아 오며 영화 ‘댄서의 순정’, ‘뚝방전설’, 드라마 ‘파란만장 미스 김’ 등에 출연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박건형.

    그가 뮤지컬이 보는 영화와 영화가 보는 무대, 그 사이에 서 있었던 지난 10년간의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 같은 창작물이자,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 간극이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박건형은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마인드,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고 연극에 진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로서 느끼는 영상예술과 무대예술의 차이는 분명하다. 드라마와 영화가 하나의 신(scene) 안에서 여러 컷(cut)으로 끊어가며 촬영을 하는데 반해, 무대의 경우 컷이 따로 존재치 않아 장기 호흡으로 연기를 이어나가야만 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더 크다.

    그는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배우로서 많은 도움이 되는 작업이다”라며 “모든 배우들은 연기에 목말라 한다. 무대가 꼭 그 돌파구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새 카메라 앞에서 기계적으로 연기를 해왔던 나에게 있어서는 초심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이번 ‘풀포러브’ 공연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섯명의 배우가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아닌, 그것을 하나로 묶어나가는 작업이었다. 박건형 그 자신을 비롯해 한정수, 조동혁, 김정화, 김효진 등이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가며 연기해야 하는 무대에서 그들은 자신을 버린채 오직 자신이 맡은 역할에만 집중해야 했다.

    박건형은 “경험상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피해야 했다”며 “다만, 우리가 모두 같은 대사와 행동을 취하더라도 서로의 목소리 톤과 비주얼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한정수는 목소리 톤이 낮고, 나 같은 경우는 높다. 그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풀포러브’의 조광화 연출은 “박건형은 중심을 잡고 무대에서 호흡과 움직임이 큰 진취적인 역할로 때로는 연출의 역할을 해낸다”라며 “반면, 조동혁은 디렉터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로 디렉션을 그대로 받아들여 원작의 텍스트가 잘 읽히는 배우다. 또한, 한정수는 모험을 즐리는 스타일로,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라고 세 명의 에디에 대해 평가했다.

    한편, 박건형은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대한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어느 한쪽을 높이고, 낮추게 될까하는 부담감이 생긴다고 토로하며 “이번 연극 무대에 서면서 느낀점은 내가 너무 의욕이 앞서있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연습내내 연출로 부터 많은 지적을 받았다는 그는 “뮤지컬 대극장 무대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보폭과 목소리가 상당히 커져 있었다. 대극장에서 10걸음 걸을 폭으로 다리를 뻗으면 소극장에서는 단 2걸음 만에 도착하고 만다. 그동안 섬세하게 연기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박건형은 “이번 연극 무대를 통해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이다” 라고 말한다. 자신을 버린 채 에디로 두달 여간 살아갈 그는 첫 연극 무대를 통해 연극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짐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연극 배우로 다시 태어난 박건형을 만나볼 수 있는 연극 '풀포러브'는 9월 12일까지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