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선진화 포커스'> 칼럼

    6·2 지방선거가 보수진영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참패로 끝났으니 환골탈태해야 할까, 아니면 개과천선하는 정도면 될까. 비록 이번 선거가 지난정권의 5·31 지방선거보다 선전했다손 치더라도, 보수진영은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두 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로 완성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지(The Economist 誌)는 2008년도 9월 기준으로 한국정치를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로 평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6년도의 한국정치를 ‘흠결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로 평가했었다. 세계 167개의 나라 가운데 30개의 나라가 완전한 민주주의로 평가되었다. 우리나라는 그 가운데 28위로 평가되었다.

       2008년도라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촛불시위가 크게 일어나 국정이 마비상태에 빠졌었다. 그런데도 세계의 시각은 우리나라의 민주정치가 완전하다고 보았다. 이렇게 시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시민의 자유가 만개한 만큼, 군사정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는 현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세계의 시각은 달랐다. 시민의식이 고양된 만큼 독재정권으로 비난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었다고 본 것이다.

       사실상 촛불시위가 사그라들자 이명박 정부는 제 뜻을 펴기 시작했다. 당시에 국회에서는 도끼와 전기톱이 동원되고 국회에서 참혹한 몸싸움이 계속 되었다. 이런 정치행태는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어서 국민 모두가 당혹했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을 동시에 이루어온 꿈의 나라로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었다.

  • ▲ 김주성 교수.
    ▲ 김주성 교수.

    6·2지방선거는 현 집권여당의 참패다


       그동안 집권세력은 실용주의로 많은 업적을 쌓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수백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원전을 수출하기로 아랍에미리트와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올해에는 G20정상회의를 유치함으로써 앞으로 재편된 세계경제지도력을 우리도 함께 행사하게 되었다. 천안함사태도 세련되게 처리함으로써 국제적인 신뢰도도 향상되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정권에 견주어 업적도 많았다. 그렇기에 현 정권이 6·2 지방선거에 걸었던 기대는 지난 정권 때보다 훨씬 높았다. 여론조사도 이를 반영한 듯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는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지난 5·31 지방선거의 결과보다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때와 마찬가지로 참패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임기중반에 실시되면 주로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로 이루어진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아도 중간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이기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크나큰 업적을 쌓고 국민의 막대한 호응을 얻기 전에는 이기기 어렵다. 이런 경향성을 본다면, 이번의 선거결과는 그렇게 비관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서 이번의 선거결과를 집권여당의 참패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또 다른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도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식지 않았다는 것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면, 보수진영은 6·2 지방선거를 통한 국민의 메시지를 흘려버리고, 다음 대선에서 절망할지도 모른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직시해야


       1987년의 민주화 이후에 집권한 정권들을 되살펴보자. 노태우대통령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한 물대통령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1992년 문민정부 이후에 집권한 대통령들은 모두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cy)’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통부재로 표현되는 제왕적 대통령은 자신과 다른 견해와 타협은 차치하고 용납조차 못하는 ‘불통령’이었던 것이다.

       문민정부의 김영삼 대통령은 악화된 경제상황을 보고받고도 과감한 경제조치를 미루었다가 IMF위기를 맞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회복할 수 없는 남남갈등을 일으키면서도 햇볕정책을 고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면서도 헌법의 권위를 무시하곤 하였다. 이렇게 초법적인 대통령의 권력행사는 한국정치에서 해결되어야 할 제1의 과제가 되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바램은 2007년의 대선에서 표현되었다. 이 때 집권한 실용정부는 과연 소통부족의 제왕적 대통령문제를 해결했는가. 해결을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방선거로 표출된 표심은 지난 정권들을 처단했던 민심과 다를 바가 없다.

       이번에 표현된 민심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출구전략이 없이 무조건 대통령의 진정성만으로 밀어 붙어졌었다. 출구전략이 없었기에 그것은 정말로 초라하게 뒤안길로 빠져나가고 있다. 세종시수정안 문제는 지난 정권에서 마지막에 고집 부렸던 행정부의 언론브리핑실 통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4대강 정비사업 만해도 그렇다. 현대의 녹색시대에 명분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추진방식 때문에 왈가왈부되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우리나라와 같은 메마른 강에서 수량과 수질을 확보하려면 수많은 지혜가 집적되어야 한다.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차근차근 설득해 나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르다 보니 4대강 사업이 마치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될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이 보수진영에게 걸었던 기대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지난 10년의 진보정권을 겪어보니 국민은 사실상 그들이 모두 ‘철인왕’처럼 군림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었다. 권위주의 정권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정국을 모두 자신의 뜻대로 몰고 가려했던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2008년에는 국민들이 그동안 새롭게 깨우쳤을 보수진영에게 정권을 맡겼던 것이다. 국민의 뜻을 살피면서, 공론에 귀 기울이고,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국을 운영하기 바랐던 것이다. 이러한 기대가 깨지자 국민은 되돌아섰던 것이다. 지난 정권 때 보다는 국민의 의사가 관대했다. 보수진영에 기대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의 지방선거에서 남겨놓은 국민의 기대를 보수진영이 받들지 못한다면, 다음 대선은 정말로 절망일 것이다. 한국정치의 최대 현안은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모두 국민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보수진영은 정말로 이번의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