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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화 '이끼' ⓒ 뉴데일리
    ▲ 영화 '이끼' ⓒ 뉴데일리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앞에 고가가 생기면서 산자락에 있는 한 마을이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걸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도로 아래 교각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이었는데 낯선 사람은 저 마을에 들어갈 수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령 저 마을에 이방인인 내가 괜히 들어갔다가는 어떻게 되어도 밖으로는 전혀 소문도 안 나고 전혀 알려지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정말 그 공간 자체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웹툰 '이끼'의 윤태호 작가>

     '마이너 취향'의 이야기와 '흥행의 귀재'가 만났다. 그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만남이 묘하게 흥미로울 수 밖에. 영화화가 결정 된 순간부터 개봉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영화 '이끼'는 뜨거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 ▲ 만화 '이끼' ⓒ 뉴데일리
    ▲ 만화 '이끼' ⓒ 뉴데일리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 '이끼'는 이미 2007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완벽에 가까운 그림과 매회 예상치 못한 촌철살인의 대사들로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2007년 첫 연재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어 일으켰으며 최종회까지 총 3600만 클릭 수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늘 오리지널 시나리오만을 작품화 해 온 강우석 감독이 '이끼'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의아함을 나타냈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원작을 읽는 순간 "내가 만들면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지날 수록 "이게 바로 내 작품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원작이 한국적인 소재에 보는 이를 몰입시키는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망설임 없이 연출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한다.

    강우석 감독과 윤태호 작가 두 사람과 모두 친분이 있는 이현세 화백은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문화계 두 뚝심의 흥미로운 만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뚝심 있게 작품을 만들어 온 두 사람이지만 추구하는 스타일도 워낙 달라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는 평이다.

    이를 입증하듯 강우석 감독은 “원작은 이미 ‘만화’로써 충분히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적으로 이를 뛰어넘어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영화 '이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 영화 '이끼'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강우석 감독(좌)과 배우 박해일(우) ⓒ 뉴데일리
    ▲ 영화 '이끼'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강우석 감독(좌)과 배우 박해일(우) ⓒ 뉴데일리

    한편,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처음 강우석 감독이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흥행 영화를 만들어 왔던 그가 과연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윤태호 작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이 나 역시 있었다"라며 "원작 만화는 어떤 면에서 보면 마이너 취향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 걱정도 됐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있기 때문에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됐다. 사실, 그는 감히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레벨이었다''라고 전했다.

  • ▲ 영화 '이끼' ⓒ 뉴데일리
    ▲ 영화 '이끼' ⓒ 뉴데일리

    캐스팅 역시 마찬가지. 윤태호 작가가 생각하는 유해국 역은 박해일 말고는 없었다. 실제,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작업을 하기도 했다.

    한편, 천용덕 이장 역의 정재영의 경우는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캐스팅이었다. 윤태호 작가는 "그러나, 영화 제작진이 배우들이 서로 나누는 교감과 서로의 에너지들도 많이 고려해 캐스팅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외모만 놓고 보는 싱크로율 보다는 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 대 에너지로 두 배우의 조화가 적절한 가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려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어 "정재영씨는 워낙에 연기를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이니,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도 나처럼 이 캐스팅이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태호 작가는 영화 '이끼'에 대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말 힘있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영화인 거 같고 그 관점에서 관객 분들이나 만화 ‘이끼’를 보셨던 분들도 마음을 열고 관람을 하셨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어떻게 보면 영화를 즐기는 길인 거 같고 그리고 만화상에서 생략됐던 많은 이야기들이 영화에 들어있기 때문에 만화를 감상하는 시간보다는 짧은 시간 일지 몰라도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풍부한 드라마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충무로 대표 영화 감독으로 늘 새로운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전해줘야 한다는 작품 철학을 가진 강우석 감독이 2년 만에 신작 '이끼'.

    '실미도', '한반도'와 같은 팩션부터 '투캅스', '공공의 적'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시대상을 작품에 투영해왔던 강우석 감독은 이번 작품 역시 ‘30년간 은폐된 마을’과 ‘천용덕 이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국 사회를 축소 시켜 놓은 듯한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다.

    강우석 감독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영화 '이끼'가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이끼'는 오는 14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