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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오 마이 파트너 (1)
「형, 나좀 봐.」
하고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김민성은 머리를 돌렸다.하주연이다. 3학년 동급생이지만 김민성이 3년간 군에 갔다가 오는 바람에 3학번이 늦은 후배.
다가선 하주연한테서 상큼한 냄새가 맡아졌다. 비누+로션+체취까지 섞인 묘한 냄새.김민성의 머릿속에 여관의 욕실과 벌거벗은 여자의 몸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여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김민성의 시선을 받은 하주연이 눈도 깜박이지 않고 묻는다.
「내일 동해안으로 간다고 했지?」
「응? 응.」
되물었다가 대답하는데 딱 한자씩 필요했다.
그러자 하주연이 다시 물었다.
「어디야? 강릉? 속초?」
「근데 왜 물어?」그때서야 중심을 잡은 김민성이 똑바로 하주연을 보았다.
8월 초, 학교는 방학 중이지만 취업 준비 때문에 도서관에 출석하는 인구가 태반이다.
오후 3시경, 지금 둘은 땡볕을 피하려고 도서관 앞 가로수 그늘에 서 있다.
그러자 하주연이 대답했다.
「나, 데꼬 가.」
「뭐시?」
놀란 김민성이 눈을 치켜떴고 입안의 침을 삼켰다. 그러나 곧 이성을 찾는다.「야가 농담 까고있어. 니 인턴 오빠는 어떻게 하고?」
하주연은 성형외과 인턴인 남친이 있다. 아주 대놓고 광고를 해쌓는 바람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하긴 대성대학 상경대의 2백여명 여학생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모에다 팔등신 몸매를 갖춘 하주연이니 꿀릴 것도 없다. 그러자 하주연이 정색하고 말했다.「윤지선하고 같이 가. 그러니까 셋이 가는거지.」
「근데 내가 왜 널 데리고 가야 돼? 그리고 윤지선은 또 뭐야?」
머리가 복잡해진 김민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윤지선 또한 경영학과 동급생이다. 그러나 몸무게가 70kg 가까운 거구. 말도 없는 애라서 지난 봄에 복학 한 후에 말도 한마디 안해봤다.
김민성이 말을 잇는다.「야. 나 소득없는 일에 에너지 낭비하기 싫어. 뭐 같은 민족이라고 동포애 발휘해서 가이드 노릇 하라는 말 같은데, 딴데 가서 알아봐.」
「형, 각자 더치페이 하자구. 글고 차는 내 차로 가. 기름값도 내가 낼게.」
바짝 다가선 하주연의 검은 눈동자에 박혀진 제 얼굴을 본 김민성이 숨을 멈췄다.하주연과 이렇게 바짝 붙어선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생각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오늘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김민성이 후배한테 내일부터 동해안에 가서 며칠 놀다가 오겠다고 말한 것을 하주연이 들은 모양이었다.
그때 하주연이 웃음 띤 얼굴로 말한다.「머리가 복잡해? 걍 간단히 생각해. 셋이 놀러 가는 것으로 말야.」
그러더니 얼른 말을 잇는다.
「글고 형 머릿속에서 그 인턴에 대한 생각은 싹 지워.」
「이게 웃기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민성은 이미 하주연의 손바닥 안에 놓여진 제 처지를 깨닳는다.
그러나 결코 나쁜 기분이 아니다. 정직하게 표현하면 기쁘다. 윤지선이 생선 가시처럼 걸리긴 했지만.하주연의 시선을 받은 김민성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억셉트. 운전은 내가 하고 내 옆자리는 네가 앉을거지?」
윤지선은 뒷자리에 앉아야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