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단지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외관 ⓒ 뉴데일리
    ▲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단지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외관 ⓒ 뉴데일리

    필름 아카이브, 이제는 극장에서 내려져 대부분이 소각되는 영화필름이 보관되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필름 한 편을 복원하는 데 온 정신을 쏟는 이들이 있고, 영화 한 편을 상영하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단지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은 국내 유일의 필름 아카이브 기관으로 영화를 비롯해 책과 포스터, 시나리오 등 영상콘텐츠 전반에 대한 수집정책을 펴오고 있다.

     

  • ▲ 한국영상자료원 3층에 보관중인 영화 필름(좌)과 포스터(우) ⓒ 뉴데일리
    ▲ 한국영상자료원 3층에 보관중인 영화 필름(좌)과 포스터(우) ⓒ 뉴데일리

    1974년 필름보관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자료원은 1910년 이후 지금까지 만들어진 한국 영화 가운데 약 7000여편을 보관중이다. 또한, 이 가운데 최인규의 ‘자유만세’(1946), 이강천의 ‘피아골’(1955), 이병일의 ‘시집 가는 날’(1956) 등 7편은 등록문화재로 등재돼 있어 그 의미가 크다.

    국내영화의 경우는 필름을 의무적으로 납부받고 있으며, 국내에서 상영된 국외영화들의 경우는 수입사의 재량에 따라 맡겨지는 시스템이다.

  • ▲ 한국영상자료원 이병훈 원장 ⓒ 뉴데일리
    ▲ 한국영상자료원 이병훈 원장 ⓒ 뉴데일리

    한국영상자료원 이병훈 원장은 현재 결손된 70년대 이전의 필름들을 찾아 복원하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영상자료연맹(fiaf)의 협조를 받아 해외에 산재한 필름 보관소에 연락해 한국 관련 자료가 있나 조사한 뒤, 우리나라 자료들을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수집된 자료들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로 보관되며 적절한 우선순위에 따라 복원, 복사를 진행한다. 1년에 100여편의 필름이 납본되고 있지만, 이를 모두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 현재 일부 필름은 경기도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원에서 보존하고 있지만, 3년이 지나면 그것도 다시 찾아와야 한다. 따라서 제2수장고의 건립이 시급하다.

    이 원장은 “필름이 한 곳에 있으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없으므로, 분산수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수장고는 85%정도가 찬 상태로, 가까운 시기에 경기도나 충청권에 수장고를 마련할 계획이다. 예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영관도 함께 만들어 지역주민들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와 영국 등 자료 보관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해온 유럽과 비교해 “우리는 전쟁을 겪으면서 자료의 보전에 대한 중요함을 알지 못했다. 그런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영화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들도 훼손된건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중요한 자료를 이사할 때 버리고, 영화 필름으로 밀짚모자 테두리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다 근래에 중요성을 깨닫게 됐으나, 고작 30여년 간의 자료들 밖에 남아있지 않다”며 국내 필름 보관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한국영상자료원은 일반인들이 쉽고 즐겁게 영상문화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 시네마테크 KOFA 티켓박스(좌)와 상영관(우) ⓒ 뉴데일리
    ▲ 시네마테크 KOFA 티켓박스(좌)와 상영관(우) ⓒ 뉴데일리

    지하 1층에 위치한 시네마테크 KOFA는 328석과 150석, 50석 등 세 개의 영화관이 자리해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1일 3회에 걸쳐 영화가 상영된다. 1회 평균 관객 수는 50명 정도. 매월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과 다시보기, 독립영화 아카이브 등을 통해 영화수용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 ▲ 6.25 영화 특별전 ⓒ 뉴데일리
    ▲ 6.25 영화 특별전 ⓒ 뉴데일리

    현재는 6.25 60주년 특집으로 ‘6.25 영화 특별전’을 진행중이다. 박상호의 '비무장지대', 김기덕의 '남과 북', 이두용의 '최후의 증인'을 비롯해 강제규의 '태극기 휘날리며', 박광현의 '웰컴 투 동막골' 등 시대를 가로지르는 상영작들은 한국영상자료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또한, 내달 1일부터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라쇼몽’, ‘숲은 요새의 세 악인’,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등 21작품을 무료로 상영할 예정이다. '7인의 사무라이', '란' 등에 출연한 배우 나카다이 다쓰야와 구로사와 영화의 오랜 스크립터 및 프로덕션 매니저였던 노가미 데루요가 내한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 ▲ 한국영화박물관 ⓒ 뉴데일리
    ▲ 한국영화박물관 ⓒ 뉴데일리

    1층에는 굴곡 많은 한국근대사와 더불어 울고 웃었던 100년의 시간동안 우리의 소중한 문화로 자리잡은 한국영화박물관이 자리했다. 상설전인 ‘한국영화 시간여행’, ‘무성영화 체험극장’ 등을 통해 한국영화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린이영화아카데미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 ▲ 영상자료실 ⓒ 뉴데일리
    ▲ 영상자료실 ⓒ 뉴데일리

    2층에는 영화연구자 및 애호가들이 영화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공간 영상자료실이 운영된다. 1인용, 2인용, 다인용 감상실이 마련된 이 공간에서는 국내 출시된 모든 DVD와 영화관련 도서, 논문, 시나리오, 영화 OST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고전과 독립영화 VOD, 기사 원문출력 서비스를 제공한다.

     

  • ▲ 보존 기술센터  ⓒ 뉴데일리
    ▲ 보존 기술센터  ⓒ 뉴데일리

    또한, 영상자료실 맞은편에 위치한 보존 기술센터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영화를 복원한다. 세월이 흘러 훼손되고 소모돼 사용할 수 없게 된 필름들이 이곳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 디지털 복원은 2007년 처음 시작됐으며, 신상옥의 ‘열녀문’과 ‘연산군’, 김기영의 ‘하녀’ 복원판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한국영화 VOD(www.kmdb.or.kr/vod)와 한국영화의 모든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KMDb(www.kmdb.or.kr)는 자료원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자료원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영화사 연구소는 영화와 영화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수집, 정리한다.

    이 원장은 “아카이브는 자료를 수집해 보존하는 공간적인 개념의 ‘기록보존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자료를 공유하고 비평함으로써 역사와 사회를 재해석하고 다양한 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의미를 포함한다. 영상자료원의 모든 식구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만큼 더 많은 대중이 다양한 영상문화를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