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남은 몇 안 되는 자유 중 하나랍니다."
    지난달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한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0.자유당) 상원의원이 담배를 끊으라는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3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아키노 당선자는 하루에 최소 담배 한 갑을 피우는 애연가로, 취재진 앞에서도 공공연히 담배를 피워왔다.
    이런 모습이 금연 운동가들의 눈에 거슬렸음은 당연한 일. 그는 최근에도 한 운동가로부터 금연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아키노 당선자는 이에 아직은 자신의 오래된 버릇을 고칠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 오히려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담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많은 압박을 받을 것이다. (금연이라는) 불필요한 압박을 더한다면 판단에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것이 그의 답변.
    그는 다만 "대선 후보로 나설 때 사람들은 내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적당한 시점에 끊겠다"고 덧붙였다.
    금연 운동가들은 아키노 당선자의 이 같은 논리가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금연운동을 이끄는 마리카 림핀 박사는 "아키노 당선자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면서 '우상'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6년간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수행하려면 금연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필리핀 보건당국에 따르면 9천만 인구 중 1천700만명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매시간 10명이 담배와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할 정도로 필리핀에서 흡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전체 흡연 인구에서 13~15세 청소년 흡연자의 비율은 2008년 15.9%에서 지난해 22.7%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키노 당선자는 금연 요구에 완강히 맞서고 있지만 이달 말 취임 후에는 버티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필리핀 법규상 대통령궁을 포함한 정부 건물 내부는 물론 반경 10m 안에서 흡연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에스페란자 카브랄 보건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키노 대통령이 법에 따라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경호가 어려울 것이라며 신변 안전을 우려하기도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