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민일보 대기자 서보강(徐寶康)이 환구시보(環球時報)에 이런 칼럼을 기고했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또는 고조돼야 미국이 수지맞는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가치가 올라가고,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고, 한-미-일 결속이 강화돼 미국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구(舊)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사고의 틀 그대로다. 아니면 그 잔재(殘在)다. 산업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로 가고, 그것은 제국주의-식민주의로 가서, 그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필요로 하고,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레닌은 이처럼 현대 국제 정치와 경제를 하나의 전일적(全一的, total)인 틀-즉, 자본주의 제국주의 모순으로 인한 전쟁 불가피론의 틀 속에서 설명하려 했다. 
     강점(强點)은 종교의 강점하고 비슷하다. 유일적인 절대진리의 틀을 제시하는 식이라서, 사람들의 진리에 대한 목마름을 신앙처럼 적셔주는 효과가 그것이다. 그러나 약점(弱點)은, 인간인 지들이 어떻게 “이게 진리의 유일한 틀이다, 세상을 이런 틀 속에서만 보아라”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실제로, 마르크스 레닌의 실험은 80년만에 ‘실패작’으로 끝났다. 정책이 잘못 되었던 탓도 있지만, 자기들의 틀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자처한 그 이론의 탓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미 시장경제로 들어선 중국의 관영 매체 기자가 국제정치를 그런 구태의연한 레닌의 제국주의론과 음모론의 틀 속에서 한 가닥으로만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자니, 우리네 80년대 학부 아이들 생각이 나서 웃음이 절로 난다.
     이거 봐요, 서보강 기자, 한반도 긴장은 미국 월가의 금융자본가나 군산(軍産) 복합체가 무기 팔아먹기 위해 일으킨 게 아니고, 미친 놈 김정일이 일으킨 것이오. 김정일이 미국 무기 팔아먹게 해주려고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건 물론 아니겠지, 설마? 
    그리고 서보강 식으로 말해서 ‘천안함’ 때문에 설령 미국이 수지맞고, 한-미-일 결속이 강화됐다 하더라도, 그건 당연한 것이다. 상대방이 나쁜 짓을 해서 이쪽에 반사효과를 냈다면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과응보(因果應報) 아닌가? 그리고 그게 정히 싫으면 서보강 기자는 언론인으로서 "김정일 너 때문에 우리가 손해 엄청 봤어" 하는 쎈 김정일 비판 칼럼을 한 번 써보는 게 어떨지? 관영매체라 안 되나?
     어쨌든, 서보강적 설명은 전통적 좌파 설명의 오랜 특징을 상기 시킨다. 모든 걸, 특히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일 수록, 음모론적으로 설명해서 원인과 결과,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을 없애버리는 것이 그것이다. 브루스 커밍스가 6.25 남침을 그런 식으로 설명해서 남침을 ‘남침 유도설’‘로 둔갑 시켰듯이-. 원인은 뒤로 감추고, 그에 대한 상대방의 당연한 반응만 지적해, 그것이 마치 긴장고조의 최초의 원인이었다는 양,사실관계의 선후와 경중과 인과관계(因果關係)의 순서를 뒤바꾸는 수법이다.
     남한 친북계열이 지금 김정일의 공격행위는 제쳐두고 그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대응만 '전쟁행위'라고 뒤집어 씌는 것도 바로 그런 수법이다.  원자바오 총리도 "남북간에 충돌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위구르 티베트에서는 왜 대화로 풀지 않고 충돌했나? 티베트 위구르가 공격해서 쳤다고 할 것이다. 그 말이 맞다면 우리도 김정일한테 공격당하면 충돌할 수밖에 없잖겠나? 왜 중국은 도발자와 충돌하면서 우리는 도발자와 충돌하는 것을 말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