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융합 성공 주장은 핵무기도 가짜임을 고백한 것  
     
    어쩌면 북한이 그동안 자처해왔던 핵무장이란 것도
    아직 개발 과정에서의 공갈과 사기일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번에 핵융합 성공을 주장했다. 이 지구촌에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몇 개 선진국만 가지고 있는 신기술을 해상 함선도 변변치 않은 북한이 가졌다는데 대해 세계가 비웃고 있다. 

    핵융합 시설은 물론 실험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경솔하게 성공부터 주장하는 것을 보니 북한이 갖고 있는 핵지식과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도 대충 가늠할 것 같다.

    모르는 자가 다 안다는 말이 있다. 알면 알수록 의문이 커지고 심중해지는 반면 모르면 그만큼 단순하게 처신한다는 의미이다. 북한이 정말 핵융합 성공을 했다면 그 기술과 지식의 자신감을 토대로 단계적인 전략으로 협상력을 높이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그 어떤 신뢰도 증명하지 못한 채 결론부터 보여줬다.
    즉 핵융합 성공답지도 않고 교활한 김정일답지도 않은 것이다. 어쩌면 북한이 그동안 자처해왔던 핵무장이란 것도 아직 개발 과정에서의 공갈과 사기일지도 모른다. 

    나는 북한에 있을 당시 북핵 기술개발을 총괄 지휘하는 서상국 일가와 가까이 지냈었다.
    서상국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그는 1960년대에 러시아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수정주의자로 몰려 10여년간 농촌에서 농사를 지었던 사람이다. 
    물리학 기술자를 원하는 김일성에게 구 소련 핵물리학원사가 서상국과 같은 천재를 놔두고 왜 여기서 찾냐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평양으로 송환되었다. 김일성은 그에게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학부장으로 일하도록 했고 이후 북한의 군수산업기지인 제2경제지도위원회와의 핵개발 공동연구를 총괄하도록 했다.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도 그에게 국운(國運)을 걸었다.
    평양시 보통강구역 신원동에 경호군인들이 상주하는 고급아파트를 선물했고, 그의 막내 딸 서은희가 1997년 9월 평양음악무용대학 성악학부를 졸업하고 피바다가극단 메쪼소프라노 가수로 배치받았을 땐 금시계와 피아노를 보내기도 했다.
    서상국은 현재 김정일의 핵물리학 고문, 북한 물리학 원사,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2중 노력영웅수훈자로서 북한 과학자들 중 최고의 특혜를 받고 있다.
    서상국은 당시엔 내가 단순 호기심으로 물었던 핵기술과 관련하여 “온 길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멀다”고 은유적으로 짧게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북한의 핵무장은 2번의 실험으로 결코 해결될 일이 아닌 듯싶다.
    김정일은 충분히 거짓말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국제지원을 속히 받아내자면 우선 핵가치부터 인위적으로 높여야 하는 궁색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어떤 합법성도, 합리성도 보장되지 못한 유일독재 폐쇄구조도 거짓의 공간으로 이용하기엔 충분한 것이다. 

    김정일이 평양으로 돌아가기 바쁘게 나름 폭탄선언을 한 것을 보면 이번 방중기간 원하는 것을 전혀 얻지 못한 듯 싶다. 아니 혹을 떼려다 더 붙인 격으로 천안함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하여 후진타오로부터 전혀 예감하지 못했던 불쾌감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김정일은 귀국하자마자 자기식대로 화풀이를 했고, 중국은 북한의 핵융합 성공주장에 즉각 강한 반응을 보인 듯싶다.

    아마 지금쯤 김정일은 6자회담을 학수고대할 것이다.
    2차 핵실험, 핵융합 성공주장, 천안함 도발, 쓸 수 있는 협박카드는 다 썼는데 좀처럼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는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증오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