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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포화속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권상우 ⓒ 김상엽 기자
1976년생, 우리 나이로 35살. 그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반으로 가른 17살의 청년 역으로 돌아왔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비롯해 <동갑내기 과외하기>, <화산고>,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을 통해 고등학생을 연기한 그는 '권상우가 교복을 입으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 <포화속으로>에서 나이 때문에 캐스팅되지 못할 뻔한 사연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두베홀에서 열린 영화 <포화속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권상우는 빅뱅의 T.O.P(최승현, 이하 탑)과 같은 또래를 연기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히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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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포화속으로' 제작보고회 현장(왼쪽부터 김승우, T.O.P, 권상우, 차승원) ⓒ 김상엽 기자
살인미수로 소년원에 끌려갈 처지가 되자 대신 전쟁터에서 싸우겠다며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한 한 무리의 청년들. 그 무리 속에, 푹 눌러쓴 모자 아래 날카로운 눈빛을 감춘 갑조가 있다.
북한군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신분을 속여 학도병으로 전쟁에 자원한 갑조. 거리에서 거칠게 살아 온 그는 총 한번 쏴 본적 없지만 능수능란하게 칼을 다루며 단숨에 포항에 남겨진 어린 학도병들을 제압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포탄 소리와 아무도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다른 학도병들과는 달리, 전쟁을 향한 두려움 따윈 없는 그는 오직 북한군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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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포화속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권상우 ⓒ 김상엽 기자
이날 권상우는 탑과 또래 역할을 맡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이가 많아서 캐스팅이 안될 뻔 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이에 대해 김승우는 "처음 권상우가 탑과 같은 나이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차승원과 굉장히 걱정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한 뒤 "상우는 이제 우리랑 가까운 나이인데"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또 김승우는 "촬영에 들어간 뒤 모니터를 보니 탑 보다 어려보였다"라며 "권상우가 교복을 입어서 안 된 영화가 없다니 기대중이다"라고 재치있는 말로 덧붙여 주위를 즐겁게 했다.
브라운관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로, 스크린에서는 거칠고 강렬한 남자로 자신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줄 아는 배우 권상우가 <포화속으로>와 함께 분노로 가득 찬 캐릭터로 돌아왔다. 거리에서 거칠게 살아온 ‘갑조’는 날카로운 맹수의 눈빛을 가진 거친 캐릭터다.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전쟁도 북한군에게 가족을 잃은 그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한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날 서있는 ‘갑조’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가 보여주었던, 거칠지만 소년다운 분노에서 한 층 성숙해진 ‘진짜 배우’ 권상우의 진면목을 선보인다. 분노 외에 모든 감정을 지워 버린듯하던 갑조가 전쟁을 향한 두려움과 동료 학도병들을 향한 안타까움으로 흔들리는 눈빛을 보여주는 순간 우리는 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1950년 8월 한국전쟁의 운명이 걸린 낙동강 지지선을 지키기 위한 남과 북의 처절한 전쟁 한복판에 뛰어 든 학도병들의 슬프고도 위대한 전투를 그린 영화 <포화속으로>는 내달 17일 개봉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