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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연간 5천억달러가 넘는 국방예산 가운데 불요불급한 요소를 2∼3% 삭감, 장비현대화를 통한 군전력 강화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실업률 속에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위험수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매년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고 보고 가용예산 가운데 낭비적 요소를 줄여 자체적으로 전력 강화에 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게이츠 장관은 8일 캔자스주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국방예산 가운데 100억∼150억달러를 절감하기 위해 지출항목 전체를 철저하게 점검해 불요불급한 부분을 삭감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특히 국방부 조직 내의 관료주의와 불필요한 업무 관행, 장교 가운데 장성이 너무 많은 점 등을 개혁의 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1990년대에 군병력이 40%가량 감축됐지만 장성은 20% 정도만 줄어들었다고 지적하면서 고급 장교의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2010 회계연도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비를 제외한 국방부 예산은 5천350억달러이며 2011회계연도에는 5천490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국방부 예산은 10년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난 규모다.
게이츠 장관은 "9.11테러 이후 국방비가 아낌없이 조달되던 시절은 이제 끝났으며 앞으로 상당기간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경제상황과 정부의 재정 형편 등을 감안할 때 군에서도 새로운 차원의 긴축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장관은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아프간 전쟁이 앞으로 몇 년 더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추가로 연간 1천억달러의 전비가 소요되는 또 다른 군사적 개입을 결정해야 할 때 예산문제가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응한 공격을 결정할 때도 이러한 비용문제가 고려 요소가 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게이츠 장관은 "현단계에서는 명확하지 않으며 향후 1∼2년 정도 사태 전개에 달린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의 조직과 군병력 규모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예산을 향후 수년간 계속 증액 요청해 의회의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가용 예산 가운데 낭비 요소를 줄여 이를 전력증강에 활용하는 것 이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F-22 스텔스 전투기 생산을 비롯해 자신이 지난 2년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무기조달 프로그램을 폐기해 예산절감을 추구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여기에 덧붙여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방예산의 절감과 조직 혁신을 기치로 내건 것은 게이츠 장관이 처음이 아니며,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도 조직 내 비효율을 혁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유사한 개혁작업이 추진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군조직 내부의 강력한 반발과 의회 의원들 가운데 지역구에 방위산업체를 둔 의원들의 견제 때문으로 여겨지는데, 게이츠 장관이 이러한 저항을 극복하고 국방비 지출 개혁작업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