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명박과 오바마는 아직 천안함 폭파의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령 그런 것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군사적 보복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유엔 안보리 회부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요는 별수 없으리란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종북(從北) 세력이 속으로 또는 겉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 아닐까? “증거 불충분이라 영구미제다”로 귀결하는 것. 증거 없이는 군사적 보복 뿐 아니라 다른 아무 것도 하려야 할 수가 없지 않으냐고. 그러니 날더러 어찌 란 말이냐고.

     청와대 대변인은 말했다. “이제 추모가 끝났으니, 단호한 대응을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그러나 그 ‘단호한 대응’은 워싱턴 포스트가 말한 것 이상의 것을 말하는가, 그 이하의 것을 말하는가?

     해군 참모총장은 영결식에서 말했다. “공격한 자를 끝까지 추적해 그 이상의 응징을 용서 없이 안겨 주겠다”고. 그렇다면 그는 워싱턴 포스트가 말한 오바마-이명박의 속수무책을 능가할 그 어떤 통쾌한 보복의 묘책이라도 준비하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그냥 장레식장에서 의례 하게 되어 있는 과장 어법의 수사학일 뿐인가?

     이게 만약 일개 형식적인 수사학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군은 그야말로 스타일 확 구긴다. 그럴 경우 세계가 우릴 뭣같이 볼 것인가? 특히 천하의 패권주의자 한족(漢族) 천자(天子) 나라 공산당 중국이 우리를 얼마나 깔볼 것인가? 국 쏟고 뭣 데고 따귀 맞는 골이란 이를 두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 니네들 ‘까오리 펑즈’가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

     이성계 정권은 그렇게 살았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찍소리도 못한 채. 명색이 왕이란 자가 상국(上國) 천자의 충성스러운 신하(臣下)임을 감읍하면서. 그러나 이승만 박정희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그들은 우방 강대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도 그 자의성(恣意性)에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승만은 반공포로 석방과 한미 군사동맹 체결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그리고 박정희는 브라운 각서와 자주국방 실천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이승만 박정희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이성계와 그 후손들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이성계, 인조(仁祖), 최명길은 조선족과 그 왕권을 서바이브(survive) 시키기 위해 자기들의 알량한 자존심마저 죽이는 것으로 나름대로 적공(積功)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승만과 박정희는 국가이익도 뜯어냈고 한국인들의 자존심도 지켰다. 그래서 미국에 의한 4.19와 10.26의 ‘그런 마무리’가 있었다는, 좌우를 막론한 일부의 가설(假說)도 없지는 않다. 

     이제 추모기간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적나라한 현실의 대응 하나 뿐이다. 추모기간의 눈물로 대처할 수 없는 잔인한 계절이다. 이 잔인한 계절에 직면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승만, 박정희, 이순신 김유신을 참조할 것을 권한다, 이 권고가 비록 도로(徒勞)에 그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