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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키스할것을' 공식 기자회견 현장(왼쪽부터 정수완 프로그래머, 민병록 집행위원장, 박진오 감독, 배우 마리나 미쉘슨, 통역) ⓒ 김상엽 기자
11번째 생일을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지난 29일 전주 영화의거리 영화제작소에서 열린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시사회 현장에는 민병록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박진오 감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개막작 ‘키스할것을(원제 Should've Kissed)’은 ‘런치’와 ‘요청’ 등 독창적인 단편영화들로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장편이 가장 기대되는 신인감독으로 꼽혀 온 박진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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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키스할것을' 공식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진오 감독 ⓒ 김상엽 기자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배우를 꿈꾸는 외로운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감독 특유의 냉정한 카메라를 통해 사랑에 관한 다양한 실험들을 펼쳐 놓는다. 외로움을 느끼는 두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하며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우리가 추구하는 본질이 있음을 드러내며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영화는 감독의 말처럼 한편의 시이며, 연애편지다.
이날 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정수완 프로그래머와 함께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박진오와 여주인공 마리나 미쉘슨이 참석했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참신한 신인감독 발굴에 중점을 둔 행사”라며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한 뒤, “남녀의 첫사랑을 뉴욕도시의 색과 감독의 색으로 새롭게 만들어 낸 박 감독의 작품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시 전주와 잘 어울려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감독은 한국사람이지만 다른 배우를 비롯해 모든 스탭들은 미국인으로 공동제작의 형태로 돼, 그 새로운 시도가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개막작에 선정되서 영광”이라며 “많은 관객과 만날 생각을 하니 떨리고 기대감이 크다”고 소감을 밝히고, 마리나는 “영광이다. 관객들을 많이 만나고 싶고, 한국 문화를 배울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영화에 대한 질문에는 박 감독의 부드럽지 않은, 독특한 편집형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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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키스할것을' 공식 기자회견에 참여한 배우 마리나 미쉘슨 ⓒ 김상엽 기자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의 내용과 형식은 한 몸이다. 즉, 무엇을 이야기 하냐가 무엇을 보여주냐와 같은 것”이라며 “영화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점프컷이 존재한다. 감독의 의식과 무의식이 함께 가미된 부분으로 직감에 의해 작업했고, 그것은 캐릭터의 감정적 느낌에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의 블랙(shot과 shot이 넘어가는 사이 공백의 검은 화면)이 다소 길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간성이 영화를 통해서 느껴져야 한다”며 “시간의 흐름은 곧 심정의 흐름이다. 나만의 기준이 있으나 그것은 곧 감정과 연결된다. 주관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장면이었다. 논리적 길이는 리듬과 페이스의 문제이나 그것은 관객마다 다르고, 모든 최종선택은 감독이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또한 “영화는 관객이 완성하나, 그 첫 번째 관객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며 “예술가로서 부끄러움 없이 기밀하게 원하는 것을 만들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모두 다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존중한다. 이 영화는 고독하고, 외롭고, 소외된 듯한 인물들이 어느 순간 가슴 속에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그 감정을 잡아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미래의 10년을 내다보는 첫 걸음을 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질문도 줄을 이었다.
민 위원장은 “매년 어떤 주제가 아닌, 신인의 발굴과 독창성, 실험적인 영상에 중점을 둬왔다”라며 영화제의 정체성을 설명한 뒤 “지난 1회에서 봉준호 감독을 발굴했듯, 늘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첫 장편 데뷔작이 전주에서 상영되고, 그 감독들이 다음 작품으로 귀환하는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해의 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어떤 신인감독이 나오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민 위원장은 “세계의 신인감독들을 모두 찾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또 감독이 많은 해가 있고, 그렇지 않은 해가 있어서 굴곡이 심하다”라고 영화제 준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구성을 앞으로 진행해 나갈 것인데, 다음해에는 변화를 줄 생각이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향긋한 봄바람과 함께 찾아 온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간 총 49개국 209편의 풍성한 영화와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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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키스할것을' 공식 기자회견 현장(왼쪽부터 민병록 집행위원장, 배우 마리나 미쉘슨, 박진오 감독, 정수완 프로그래머) ⓒ 김상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