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라엔 슬픔밖에 없는가?   
    북한은 그렇듯 슬픔은 없고 분노만 있는데 대신 남한엔 분노는 없고 슬픔만 있는 것 같다.
      

    나는 남북한 두 체제를 모두 경험해 본 탈북자이다.
    좀 더 구체화 한다면 북한에서 서해교전 1, 2차를 보았고 오늘은 남한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을 지켜보고 있다. 달라도 이렇듯 다를 수 있는가 싶다. 

    나는 재북 당시 2차 서해교전 북한 해병들을 직접 취재할 기회도 있었는데 씁쓸했던 것은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목숨을 잃은 동지들과 자기들의 상처에 절대 슬퍼하지 않았다. 
    아니 무력부 보위사령부 요원들의 매서운 시선 앞에서 죽은 해병들의 가족들까지 슬픔을 꾹꾹 감추어야만 했다. 그들에게 허락된 오직 하나의 감정은 대중을 향해 외치는 복수심뿐이었다. 

    북한은 그렇듯 슬픔은 없고 분노만 있는데 대신 남한엔 분노는 없고 슬픔만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이념 때문이라면 도대체 남한의 가치는 무엇이기에 이렇듯 감정이 조작되어야 한단 말인가?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전장에서 돌아 온 해병들의 복장도 환자복이었고 분명 그 자리엔 격앙된 얼굴들도 있었을텐데 상실의 눈물만 국민에게 보여준다. 
    정부 실책으로 대한민국이 통째로 침몰되기라도 원하는 양 민주당 내 일부 국회의원이란 자들은 주범을 비난하기에 앞서 아군 문책논부터 들고 나오고, 좌파언론들은 청와대의 심중함을 틈 타 정부 음모설까지 퍼뜨리며 북한을 옹호하기에 급급하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자유인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어뢰에 더 힘을 보태는 불순세력들의 망발이 어떻게 지금의 분노보다 더 강하게 울려 나올 수 있는가?

    어떻게 공영방송들이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자 김정일을 아직까지도 국방위원장으로 부를 수 있는가? 

    두 여중생 사망사건과 미국 쇠고기 반대에 촛불을 들었던 그 많던 열혈 애국자들은 지금 다 어디 갔는가? 정의의 분노가 통하지 않는 나라, 고작 슬픔으로 최선을 다하는 이런 국민성으로 과연 남한의 선진화를 넘어 통일의 견인차가 될 수 있는가? 
    대한민국은 자존심도, 자존심의 방법도 모르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북한의 어뢰공격을 계기로 우리 국민이 단합되고 그 힘을 증명하지 않으면 천안함 전사자들의 죽음은 그냥 죽음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의 저자, 탈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