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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 구름으로 인한 유럽의 '항공대란'으로 발이 묶인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17일 잇따라 폴란드 국장 불참을 통보했다.
폴란드는 18일 오후 2시 남부 크라코프에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의 장례식을 거행할 예정이지만 크라코프는 물론 인근 공항까지 모두 폐쇄되면서 하늘길을 이용한 접근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참석을 약속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 찰스 왕세자,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이 어쩔 수 없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는 뜻을 폴란드 측에 전달했다.
우리나라의 정운찬 총리도 항공편 결항에 따라 이날 오전 조문 일정을 취소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대신 이준재 주폴란드 대사가 정부 대표의 자격으로 국장에 참석하도록 조치했다.
이밖에 일본, 인도, 멕시코, 뉴질랜드, 파키스탄 등도 조문 사절단의 파견이 어렵다는 뜻을 폴란드 측에 전달했다.
미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폴란드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리 페인스타인 폴란드 주재 대사를 미국 정부를 대표해 장례식에 참석, 조문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이번 발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초 크라코프로 출발하기로 했던 예정시각을 불과 6시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폴란드의 대통령 권한대행인 보르니슬라프 코모로프스키 하원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공기 운항 차질로 부득이하게 장례식에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당시 미국 방문중이던 메르켈 총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후 포르투갈 리스본, 이탈리아 로마를 거쳐 36시간만에 이탈리아 북동부의 볼차노에 도착했다.
독일 정부의 자비네 하임바흐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메르켈 총리가 (라도슬라브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장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고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의 귀국 비행기는 전날 화산재 구름으로 예정에 없는 리스본에 착륙한 뒤 17일 간신히 로마까지 왔으나 기상여건 때문에 더는 운항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날 리스본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메르켈 총리는 로마에서 볼차노까지 육로로 이동했으며 이곳에서 다시 1박한 뒤 18일 귀국 여정을 계속할 계획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폴란드에 도착해 있어 국장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폴란드 정부는 약 80개국 조문사절단이 방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항공대란'이 18일까지 계속될 경우 참석 취소를 통보하는 사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항공기 운항을 담당하는 유로컨트롤은 향후 24시간 동안 화산재 확산에 따른 항공 대란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전문가들은 '항공대란'이 내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 인접국의 지도자들은 도로, 철도, 헬기까지 동원해 카친스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안드루스 안십 에스토니아 총리,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 이반 가스파로비치 슬로바키아 대통령, 다닐로 투르크 슬로베니아 대통령,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쇼욤 라슬로 헝가리 대통령이 등은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장례식 참석을 확정했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안십 총리는 항공편이 어려울 경우 1천300㎞에 달하는 거리를 차량으로 18시간 동안 이동할 계획이다. 폴란드 출신인 예지 부제크 유럽의회 의장은 이미 브뤼셀에서 이와 비슷한 거리를 육로로 이동했다.
슬로베니아의 투르크 대통령은 850㎞를 자동차로 달릴 예정이며 루마니아의 바세스쿠 대통령은 헬기를 이용해 루마니아 북서부까지 간 뒤 자동차를 타고 헝가리, 슬로바키아를 거쳐 크라코프에 갈 계획이다.
카친스키 대통령처럼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가졌고 개인적으로도 친밀했던 체코의 클라우스 대통령은 525㎞를 자동차와 열차로 이동하며, 라슬로 헝가리 대통령은 버이너이 고르돈 총리와 함께 자동차로 폴란드에 갈 방침이다.
이밖에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은 이미 17일 오전 7시 부인과 함께 장거리 여행을 시작했다고 '우리우크라이나 당'이 발표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으나 유럽연합(EU), 러시아 등을 상대로 약소국이 많은 동유럽 국가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동유럽에서는 큰 존경을 받고 있다.
안십 총리는 "그는 약소국들의 이익이 무시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면서 "위대한 유럽인이자, 에스토니아의 위대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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