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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서너 살 된 어린 애가 있는 집에는 성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요놈이 닥치는 대로 밀고 던지고 깨뜨리기 때문에, 그런 기간에는 쓸 만한 물건은 장롱 속에 감추어 두거나 아니면 선반 높은 곳에 올려놔야 합니다.
요새 한국이 그런 어린애가 있는 집안처럼 소란하고 야단스럽습니다. 던지는 소리, 깨지는 소리가 날마다 요란합니다. 집안에 반듯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 18대 국회처럼 날마다 싸움질만 하는, 또는 그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그런 국회는 처음입니다. 싸우다가도 웃으며 손잡고 국민을 위해 일을 한두 가지는 마무리를 지어줘야 국회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종래의 행정부는 대통령을 모시고 수걱수걱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만이 모여 있는 곳이었는데 요새는 다릅니다. 공무원 노조가 생겨서 앞으로 봉급을 원하는 만큼 올려주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것인가요.
그 뿐이 아닙니다. 공무원 노조는 특정한 정당에 가입하겠다고 야단들인데, 그 정당이 과격한 정치단체라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있어서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살리기’가 국민의 눈에는 잘못된 제안은 아닌 것 같은데 저질의 정당정치의 탁류 속에서 저렇게 떠내려가야만 합니까. ‘법원 개선안’이 왜 대법원의 정면비판을 받아야 합니까. 상식에 벗어난 판결이 꼬리를 물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릇된 것인지 국민은 헷갈리게 마련입니다.
교육계의 부정에 정부가 ‘오불관’을 중얼거리며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앞으로 실시될 교육감 선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미 경기도에서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졌듯이, 전교조는 뜻을 모아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여 경기도 교육감을 전교조가 미는 사람을 당선시켰는데, 입으로 민주주의니 도덕이니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니 하는 가치를 떠들던 자들은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여 어중이떠중이 다 출마하여 표를 나누어 먹으니 도대체 “이게 뭡니까.”
6월 초에 실시될 지방 선거에서, 그래도 식견 있는 이 국민이, 여당을 참패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믿지만,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때처럼 한나라당의 후보를 압승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이런 판국에도 도서관에서 조용히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 고맙고, 세금을 무턱대고 올리기만 하고 살림살이에 점점 쪼들려도 불평 없이 참기만 하는 국민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벌집을 쑤셔서 벌떼에 쏘여 손발이 퉁퉁 부었는데 그냥 보고만 계실 겁니까. 결국은 원칙의 문제이고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좌니 우니 중도니 하는 애매한 발언은 그만 두고 민주주의라고 쓴 깃발 하나만 올리세요. 국민은 물론, 전교조도 공무원 노조도 강성 노조도, 북의 김정일도 다 볼 수 있는 민주주의의 큰 깃발만 하나 올리세요. 그리고 미국 대통령 데오도 루즈벨트처럼, “말은 부드럽게, 그러나 큰 몽둥이는 하나 가지고” 다니세요. “Speak softly, but carry a big st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