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하일 고르바초프(79) 옛 소련 대통령은 13일 자신이 주도한 페레스트로이카(개혁) 25돌을 맞아 "러시아 민주주의가 동력을 잃고 역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페레스트로이카, 25년 후'라는 제목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고문에서 연방 해체 뒤 러시아 지도자들이 급진적인 방식의 개혁을 채택했다며 '충격요법'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빈곤과 소득격차, 의료 및 교육 부실, 경제기반 붕괴 등을 실정의 결과로 꼽았다.
    특히 러시아에 부패와 혼란이 만연해있다면서 러시아의 총체적인 퇴보로 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또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1996년 대선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좌에 오른 2000년 대선이 외관상 민주적이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위기를 타개하려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 일부 권위주의적 요소도 필요하다고 믿었기에 푸틴을 지지했지만 러시아는 세계에서 지도적 국가로 거듭나려는 목표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민주적 과정을 밟을 때 당당히 전진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이런 점에서 수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퇴보'의 사례로는 행정부의 주요 결정 독식, 사후 승인 기구로 전락한 의회, 사법부 독립 손상,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 체제 등을 들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또 정부가 시민사회를 두려워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드는 것 같다면서 "우리는 이미 (그 같은 독재체제를) 경험했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시민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민주주의가 발전을 위한 유일한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아울러 페레스트로이카 추진 과정에서 공산당과 연방 개혁이 너무 늦었고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는 등 실책도 있었지만 자유와 민주주의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성과를 부인할 수 없다고 평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