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가 26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한국 최초의 여자 챔피언인 홍용명(78) 여사의 주름진 뺨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 게이트볼장 컨테이너에서 TV를 통해 역사의 한순간을 지켜본 홍 여사는 올림픽에서 한국인 사상 첫 피겨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 선수의 쾌거에 대한 소감을 묻는 말에 대해 “모든 국민이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연실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1948년 한국의 첫 피겨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최초의 여자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긴 홍 여사는 이날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무조건 금메달을 딴다”라며 우승을 확신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기다리던 홍 여사는 “피겨라는 경기의 특성상 실수가 염려되지만, 연아는 하늘이 낸 선수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신뢰했다.

    이어 홍 여사는 “마오가 올해 전주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우승해 기가 살아났는지 지난번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보니까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작이 끊기고 연결이 부드럽지 않아 연아에게는 상대가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주먹을 꼭 쥐고 별다른 표정없이 지켜보던 홍 여사는 아사다 마오 선수가 점프 등에서 작은 실수가 보이자 “연아의 연기를 보면 기가 죽지. 마오는 쇼트에 강한데 껑충껑충 뛰어 유럽심판들은 물 흐르듯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라며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홍 여사는 “일본 삿포로 전지훈련에서 시범경기를 했는데 한국 대표 4명 모두가 당시 일본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너무 잘하니까 연기를 못 하겠다고 했었다”며 아사다 마오를 누른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를 자랑스러워했다.

    김연아 선수의 우승이 확정되면서 관중석의 태극기 물결로 넘실거리자 홍 여사는 “1967년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유럽에 갔는데 경기장마다 태극기만 없었다”라며 “그때 기가 막혔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연아가 자랑스럽고 태극기가 자랑스럽다”라고 감격해 했다.

    중국 베이징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소질 있다”는 빙상부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피겨스케이팅을 배운 홍 여사는 1948년 첫 전국여자피겨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57년까지 4번의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등 당대 최고의 빙상 스타였다.

    2005년 강릉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를 처음 봤다는 홍 여사는 “다음해 경기를 보고 ’크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연아의 체형, 균형, 부드러움, 감정표현 등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지 않으면 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