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총, 고성 오가며 시작부터 '삐걱'

세종시 당론 변경을 위한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의총 공개 여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 등 원내부대표단은 당초 안 원내대표와 정몽준 대표의 모두발언만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토론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2일 의총이 열리자 친박계 의원들이 공개토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갔다.

특히 친박 조원진 의원은 의총 비공개 결정에 “공개로 하자”며 “누구 마음대로 비공개로 하느냐!”고 고함을 질렀고, 이정현 의원도 “공개로 하면 되지”라고 소리치는 등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이에 의총 사회를 맡은 원희목 원내부대표가 “일단은 비공개로 정해졌으니 그렇게 시작 하겠다”고 일축하자 친박 의원들은 또 다시 “공개로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뭐야 이거, 누가 비공개로 하래!”라고 반발하는 등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안 원내대표는 뒤늦게 나서 “비공개 회의 때 공개 여부도 다시 결정하자”고 중재에 나서면서 장내는 일단 진정 됐지만 그 만큼 친이와 친박계 간 갈등이 표면화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 험난한 의총을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100여명이 참석한 의총은 비공개로 결정됐고, 박근혜 전 대표는 불참했다.

각 계파 의원들도 의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다시 한 번 극명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친이 김정권 의원도 “세종시 문제는 이미 당내 논의의 통로가 곽 막힌 상태”라며 “이 상태에서는 의총이 어떻게 진행되든 상생의 결론을 얻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경우에도 큰 상처를 받으면 안 되고,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도 큰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예로부터 집안이 어려울 때일수록 어른들이 중심을 잡아주었다”며 6인 내지는 8인의 중진의원연석회의를 토한 결론도출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양 계파 의원들은 미리 준비한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친박 유정복 의원은 일찌감치 장문의 글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한나라당이 대선공약을 통해 세종시에 대못을 박아놓고 이를 뽑겠다고 하는 것은 제 집 제가 부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국회에서의 수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라며 “본회의 통과는커녕 상임위와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부터 법안 통과 가능성은 제로”라고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친이 박준선 의원은 “세종시 원안의 문제점, 즉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이 있는지, 있다면 무효화할 정도인지 여부에 대한 검증과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논의 결과 세종시 원안이 잘못된 것이라면 당시 당론 결정에 관여한 분들은 국민과 당원에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첫 의총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연일 의총을 열 예정이며, 요구가 있을 경우 이후에도 의총을 계속 열어 논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