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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를 애국열사로 찬양하는 것이 무죄라니?
평소 북한의 체제 옹호적 문헌들을 소지·숙독해온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인솔하여 북한의 지령에 따라 대한민국 타도를 위해 무장투쟁을 전개했던 공비(共匪: 공산주의자 빨치산)들을 ‘통일 애국열사’로 추모하는 행사에 참가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공비 출신 미전향 장기수들을 찬양하는 글을 낭독하도록 지도한 행위에 대해 전주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여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전북 임실군 관촌중학교 교사와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을 지낸 전직 교사 김형근씨는 평소 ‘주체사상은 인류의 진보적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사상’,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서 창조에 관해 하신 명언’ 등과 같은 북한 옹호 문건들을 소지하면서 그 중 일부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해왔고, 관촌중학교 도덕교사로 근무하던 시기인 2005년 5월 그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180여명을 인솔하여 학교 인근 지역에서 개최된 공비를 ‘통일 애국열사’로 추모하는 행사에 참가했으며, 인솔해간 학생들로 하여금 공비출신 미전향 장기수들을 ‘훌륭한 분들’이라고 찬양하는 편지를 낭독하도록 교사했다. 그리고 공비출신 미전향 장기수들을 학교로 초청, 학생들과 좌담회를 개최하여 학생들에게 공비출신 미전향 장기수들의 反대한민국적 메시지를 주입시켰다.
1948년부터 1953년까지 남한의 산악지대에서 활동했던 공비집단은 북한 공산집단의 지령 하에 대한민국을 붕괴시키기 위해 무장투쟁을 전개했던 반국가단체이고, 공비들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다. 김형근씨는 공비들을 ‘통일 애국열사’로 찬양하는 추모행사에 자기 혼자도 아닌 180명이나 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인솔하여 참여했고, 그 행사에서 자기의 제자인 학생으로 하여금 공비출신 미전향 장기수들을 훌륭한 분들로 찬양하도록 교사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김씨의 행동은 반국가단체 구성원들의 활동을 찬양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 ①항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다.
김형근씨가 소지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한 북한 문건들은 북한 공산체제를 옹호·찬양하거나 북한 체제에 동조하는 것들이다. 그러한 문건들을 소지하고 인터넷에 게재한 것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그에 동조할 목적으로 이적문서를 소지·반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7조 ⑤항을 위반한 것이다.
김형근씨의 위법사실이 이처럼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전주지방법원의 진현민 판사는 지난 17일 열린 김씨 사건 선고공판에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진 판사는 김씨가 공비를 ‘통일 애국열사’로 찬양하는 행사에 많은 인원을 인솔하여 참여한 행위에 대해서는 “과거에 있었던 행위에 대한 찬양이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실질적 해악성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진 판사는 또 김씨가 북한 문건을 소지하고 인터넷에 게재한 행위에 대해서는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진 판사의 이러한 선고는 4 가지 오류를 범한 오판이다. 첫째, 진 판사는 김씨의 행위의 위법성과 가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긴밀하게 연결된 행위를 종합하여 판단하지 않고 분리하여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김씨가 이적문건을 소지·반포한 것과 반국가단체 구성원들의 활동을 찬양한 것은 긴밀하게 연관된 행위이기 때문에 두 행위를 연결해서 판단해야 한다. 두 행위를 연결하여 판단하게 되면 김씨가 그런 문건을 소지·반포한 것은 북한과 연결된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하는 행동을 할 목적을 가지고 취한 행동임이 확실해진다.
둘째, 공비를 ‘통일 애국열사’로 찬양하는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끼칠 실질적 해악을 저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 진 판사는 공비들의 활동을 애국적 활동으로 찬양하는 것이 과거에 있었던 활동에 대한 찬양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극히 잘못된 판단이다. 우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은 폭동이나 반란과 같은 물리적 질서파괴행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 개개인의 의식 속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의식을 주입하는 것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행위다. 다음으로, 어떤 활동에 대한 찬양은 그 활동을 본 받자거나 그 활동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찬양의 효과는 찬양의 대상이 된 활동의 내용과 상관된 것이지 그 활동의 발생시점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공비들의 활동이 과거에 행해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찬양하는 것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김일성이 북한공산군을 남침시켜 6·25전쟁을 일으킨 것이 과거에 행해진 것이므로 김일성의 남침행동을 찬양하는 것은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하다.
셋째, 피고 김씨의 사회인식 능력을 당치 않게 저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 ①항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한 자가 그 찬양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을 알면서” 찬양을 했을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구절은 기본적으로 사회인식능력을 결여한 무식쟁이나 정신박약자 혹은 술이나 마약에 취한 사람이 그런 찬양행위를 했을 경우, 그의 찬양행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情을 알면서” 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처벌을 면하도록 하기 위해서 삽입된 구절이다. 피고 김씨는 중학교 도덕교사일 뿐만 아니라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그러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의 반국가단체 구성원 활동 찬양행위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더구나 김씨가 공비들의 상관인 북한 지배자를 옹호·찬양하는 문건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할 행동을 하려는 의지까지 가지고 있었음을 입증해준다.
넷째, 국가보안법이 예방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명백하게 가하는 행위만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실질적 해악을 명백하게 가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행위도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따라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이 처벌하도록 규정한 행위를 무죄로 선고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