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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을 때 중국인은 먼저 담을 치지만 일본인은 그에 앞서 길을 낸다. 한국인은 우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고 한다.
대단히 흥미로운 비유다. 저자는 한국, 중국, 일본문화의 특성은 각각 특유의 종교와 언어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이 책의 중심 테마이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일본과 한국의 문화에는 중국 전통문화가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아시아 문화의 기초를 이루는 것도 이 중국 전통문화다. 그 영향의 핵을 이루는 것이 유교와 한자(漢字)다. 한자와 유교를 빼고 중국 전통문화나 동아시아 문화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 ▲ ‘한중일 한자문화, 어디로 가는가’ ⓒ 뉴데일리
한반도는 매우 이른 시기에 한자를 채용했지만, 유교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은 것은 조선왕조 때다. 그런가 하면 중국문화에 경도됐으면서도 한자와는 전혀 이질적인 한글을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중국문화를 스스로 먼저 나서서 선별적으로 수용해 왔다. 일본은 유교보다 오히려 불교를 받아들였으며, 한자는 신성한 문자가 아니라 도구로서 받아들였다.
일본 문화와 한반도 문화의 차이는 이들 지역의 고유한 원인 외에 이런 문화 수용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문화의 수용 태도가 다르다는 것은 그 문화가 지향하는 방향, 즉 ‘문화의 지향성’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의 지향성은 또 그 문화의 가치관으로부터 생긴 것이며, 문화의 가치관은 ‘문화의 본질’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한자는 동아시아 사람들의 사는 공간(문화적 공간)이며, 유교는 그 공간에 떠도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아직도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동아시아라고 하는 공간에 유교라는 공기만 충만해 있을 리는 없다. 일본 열도에는 아주 옛날부터 늘 보다 신선한 공기가 흘러 들어왔다. 한국도 고려시대 이전까지는 유교라는 공기만 충만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에게 있어 나타나는 공통점은 ‘문화적 여러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역으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에게 보이는 차이점은 공동체가 창출하는 문화적 공간의 형태(=언어의 차이 등)나 그것에 떠도는 공기의 질(=민족 고유의 종교적 의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자와 유(儒)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알기 쉬운 테마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동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한자와 유는 중국문화의 본질이며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한자와 유에 대한 비판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이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비로소 현재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상도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파랑 펴냄, 372쪽, 1만 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