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MB) 대통령은 2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大)전제하에 남북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대가’란 김대중이 김정일의 개인 구좌에 넣은 ‘5억 달러 + 알파’와 같은 성질의 금전지불을 의미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뒷돈 없이 만나자는 제의인 것 같다. 그러나 ‘대가’가 어디 김정일 개인주머니에 넣어주는 돈 뿐인가?

    북한의 신년사(공동사설)을 보면 김정일은 6.15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 물밑 협상에서 북항이 요구하는 것은 노무현이 김정일과 합의한 10.4합의의 이행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6.15선언이나 10.4선언은 반역문서이기 때문에 그것은 폐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6.15선언이나 10.4합의의 이행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김정일을 만나는 진정한 대가는 다른 것에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는 것은 반국가단체의 괴수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북한동포에 대한 인권탄압을 정당화하는 것이 된다. 말하자면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독재자의 공범(共犯)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대가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통령들은 무조건 김정일을 만나려고 했다. 그것이 무슨 큰 업적이나 되는 것처럼 한결같이 김정일 만나는 것을 원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정통성의 위기를 맞게 되고 북한의 군사독재정권의 대남전략이 먹혀들게 되었다. 왜 한국의 대통령들은 김정일을 만나려고 하는가?

    그것은 패배주의에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 정통성을 갖는 국가의 대통령이면서도 김정일 공산군사독재집단의 허위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김정일이 마치 신(神)이나 되는 것처럼 공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친북좌파들의 교묘한 공작의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가 없이 김정일을 만나는 것을 원칙으로 표현하고 있고 언론은 “이는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연내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회담을 위한 ‘거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남북 간 진정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거래’만 없으면 김정일을 만나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아마 거래 없이 김정일을 만난다고 하면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그런 선례가 마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김정일이 처한 사정이 더욱 더 그러할 것으로 믿게 만든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돈을 갖다 바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굴욕이요 야합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 없이 김정일이 만나지 않을 것이란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금전 제공보다는 김정일을 만남으로써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인정하고 김정일의 군사독재를 인정하며 북한동포의 인권유린을 인정하고 통일을 포기하는 해악에 있다. 이런 것들이 김정일을 만나는 진정한 대가다. 아마 대통령의 체면을 구기는 대가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대가 치고는 치명적인 대가다. 이런 대가를 치르고도 김정일을 만나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어느 언론사에서 추측한 바와 같이 가을에 있을 G20회의 때 각국에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다. 말하자면 잔칫상에 올려놓은 포도주를 한 병 구하기 위해 대대로 내려오는 보검(寶劍)을 파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잔칫상에 올릴 홍어 한 사발을 위해 전답(田畓)을 파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이런 시시한 목적 때문에 김정일을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다면 이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관련된 가치관이나 우선순위의 판단에 중대한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깟 G20을 포기한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나? 이명박 대통령이 작심하고 김정일을 만나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갖는 허황된 국정에 대한 인식을 보게 된다. 김정일은 진정 한국의 대통령들이 알현해야만 하는 상제(上帝)인가? 한국의 대통령들이 뭐가 부족해서 김정일을 상전으로 모시는가? 정말 허황되고도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