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대표 간 세종시를 둘러싼 언쟁의 수위가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둘 간의 공방에선 ‘엉뚱하다’ ‘의욕과 야심으로 본위대로 해석한다’는 등의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정 대표는 작심한 듯 2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까지 박 전 대표를 비난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주장하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약속의 준수는 그 자체로 선하지만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그는 “정치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자신의 의욕과 야심에서 국가 대사를 자기 본위로 해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정말 나라를 위해 일한다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종시는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야 할 문제”라면서 “세종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마음의 담을 허물고 논의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며 세종시 수정당론을 위한 토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원안 고수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의 연설과 관련 “세종시법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나라를 위해 도움 되고 잘 될 수 있다”면서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종시 문제의 본질”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굳이 수정안을 밀어붙이지 않고 원안으로도 얼마든지 국가균형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는 또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정 대표의 전날 주장에 대해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라며 실소를 머금기도 했다.

    둘 간의 언쟁이 오간 뒤 정 대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즉각 대응에 나서진 않았으나 “서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려면 시간과 여건 등 필요한 게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둘 사이의 냉전 상태가 당분간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둘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옛 고사를 두고 한 바탕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정 대표는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다리 밑에서 익사했다’는 이 고사를 전하며 박 전 대표의 원안 소신이 쓸데없는 고집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던 것이고 애인은 (진정성이) 없었다. 미생은 비록 죽었지만 후에 귀감이 됐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며 당위성을 주장, 갈등이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