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이 달라졌다. 그동안 역습 찬스에도 소속팀 골포스트를 지키던 박지성은 아스널과의 24라운드 경기에선 웨인 루니, 루이스 나니와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 상대팀의 골망을 가르는 데만 주력했다. 결과는 박지성의 시즌 첫 골로 이어졌다. 시즌 아홉 경기만에 터진 골로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 통산 10호골을 기록하는 한편 그동안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팀내 위상을 회복하는 전기를 스스로 일궈냈다.

  • ▲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 선수. ⓒ 연합뉴스
    ▲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 선수. ⓒ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각) 영국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09-2010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경기에 올 시즌 11번째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루니, 나니 등과 함께 맨유의 공격을 이끌며 팀의 3-1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기존과 확연히 달라진 '공격 본능'을 드러내며 시즌 첫 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는데 퍼거슨 감독 역시 박지성에게 수비가 아닌 공격을 주문, 역습 상황이 예상될 때마다 소속팀 골대가 아니라 최전방에 나서 기회를 엿보도록 하는 '스페셜 미션'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박지성은 수비보단 공격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며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좌우를 오가는 폭넓은 움직임과 최전방에서 상대팀의 예봉을 꺾는 특유의 컬러는 여전했다.

    더욱이 상대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강팀으로 손꼽히는 아스널. 따라서 맨유 역시 경기 초반엔 아스널의 짜임새 있는 공격에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반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측면의 나니와 중앙의 박지성이 아스널의 수비망을 이리저리 흔들며 맨유의 공격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 32분 상대팀 왼쪽 진영에서 기회를 엿보던 나니가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올린 공이 아스널의 알무니아의 손에 맞고 골문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을 얻어냈다. 공식기록은 알무니아의 자책골.

    1-0으로 앞서나가던 맨유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박지성-루니-나니의 삼각편대를 활용, 상대팀을 압도하는 스피드와 돌파력을 선보이며 아스널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전반 36분엔 박지성이 상대팀에서 흘러나온 볼을 루니에게 연결했고 루니는 이를 다시 오른쪽의 나니에게 패스, 나니가 문전으로 쇄도하는 루니에게 재차 볼을 건내며 맨유의 두번 째 골을 기록했다.

    쐐기골은 박지성이 직접 만들어냈다. 후반 6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은 아스널 골문까지 단독 드리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왼쪽 골포스트를 노린 슈팅을 때려내 통쾌한 세번 째 골을 작렬시킨 것.

    자신의 시즌 첫 골을 달성함과 동시에 강팀 아스널을 무너뜨린 맹활약을 보인 박지성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후한 평점을 내리며 박지성의 완벽한 '부활'을 축하했다.

    맨체스터 지역지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지칠줄 모르는 경기력은 여전했고 이날은 득점까지 터뜨렸다"며 평점 7점을 부여했다. '스카이 스포츠' 역시 "에너지 넘치는 활발한 경기력을 선보였다"며 평점 7점을 매겼다.

    골닷컴은 "효과적인 역습을 통해 아스널의 숨통을 끊는 활약을 펼쳤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은 뒤 박지성에게 평점 8점을 부여했다.

    박지성 역시 경기 직후 가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기록한 골로 자신감을 회복했다"며 "이번 득점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성은 상대팀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골대가 아닌 역습 위치에 있었던 것에 대해 "오늘은 하파엘과 스콜스가 지켰고 상황에 따라 임무가 다르다"며 이와 관련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